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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을 부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by 송유성

자맥질을 하다가 목이 꺾여버린 새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 죄가 된 날

누군가의 방 한켠엔 말라 버린 씨를 심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이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부적삼는 긴 밤이 있지

당신을 생각하다 발부터 얼어붙은 날이면

죽어가는 발가락들을 포기하는 마음을

아 사랑이구나 하고 속절없이 항복해 버리고

한파가 마음도 얼어붙게 만들면

세상의 모든 길고양이가 부디 아홉 목숨을 지녔으면 좋겠고

무신론자인 나는 세상의 모든 신들을 다 찾지

이곳에는 종이컵과 종이컵으로 통화를 하나요

당신만 아는 방법을 나는 모르니

따라가도 괜찮은지 양해를 구하죠


손목에 깊게 새겨진 주름이

삶의 의지인지 포기한 상처인지 헷갈리는 날

동그라미만 치다 지나쳐 버린 정류장들의 이름을 외워봐요

그날은 어쩌면 처음으로 만점을 받는 날이겠지요


어떤 이의 동굴을 훔쳐보다

길을 잃어버리고

굶어 죽는 것도 애정이란 것을 깨닫고

당신은 어쩌면 영영 그곳에 살 텐데

맞잡은 두 손을 믿고 싶은 무모함이

슬픈 목욕을 평생 해주고 싶어지겠죠

나는 언제나 안쪽에 살 텐데

밖에서 뽀얀 입김을 내는 사람아

한 번은 홀씨 같은 구멍을 내어 주기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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