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맥질을 하다가 목이 꺾여버린 새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 죄가 된 날
누군가의 방 한켠엔 말라 버린 씨를 심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이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부적삼는 긴 밤이 있지
당신을 생각하다 발부터 얼어붙은 날이면
죽어가는 발가락들을 포기하는 마음을
아 사랑이구나 하고 속절없이 항복해 버리고
한파가 마음도 얼어붙게 만들면
세상의 모든 길고양이가 부디 아홉 목숨을 지녔으면 좋겠고
무신론자인 나는 세상의 모든 신들을 다 찾지
이곳에는 종이컵과 종이컵으로 통화를 하나요
당신만 아는 방법을 나는 모르니
따라가도 괜찮은지 양해를 구하죠
손목에 깊게 새겨진 주름이
삶의 의지인지 포기한 상처인지 헷갈리는 날
동그라미만 치다 지나쳐 버린 정류장들의 이름을 외워봐요
그날은 어쩌면 처음으로 만점을 받는 날이겠지요
어떤 이의 동굴을 훔쳐보다
길을 잃어버리고
굶어 죽는 것도 애정이란 것을 깨닫고
당신은 어쩌면 영영 그곳에 살 텐데
맞잡은 두 손을 믿고 싶은 무모함이
슬픈 목욕을 평생 해주고 싶어지겠죠
나는 언제나 안쪽에 살 텐데
밖에서 뽀얀 입김을 내는 사람아
한 번은 홀씨 같은 구멍을 내어 주기는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