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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이는 것은 그릇의 바닥을 못 보게 하고

by 송유성

꽃 피는 봄에도 자멸을 택한 사람은

꿈에서도 숨이 찼다


스쳐 지나갈 거면서 눈,

안 마주쳤으면 좋겠다

기대가 커지면 넣을 주머니도 없는 나는

넣지 못하고 흘리기만 한다


애인의 등허리를 쓰다듬고 싶었는데

잘못,

겨드랑이를 찔렀다

우리는 서로를 가지지 못해서 아이를 낳자는

결핍만 있는 계획을 세웠고


이런 이야기는 조금 오래 속삭여도 괜찮나 싶은 이야기는

보통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우리는 자주

안녕을 말할 때 논의가 더 깊다


가장 무거운 것은

어제 먹었던 밥이 소화되지 않았을 때

나온 배

우리는 내보내야 할 것은 보내지 못해서

가끔 가라앉는 것을 택하지


형, 어째서 삶은 이렇게 불공평합니까.

새끼야, 너도 한잔 마시고 나도 한잔 마시는 중인데 뭐가 불공평하냐.


우리는 불행을 나누는 일에만 세밀하고


노란색을 칠하려고 했는데 분홍을 들어버리면 어쩌나

은행잎은 노래야 제맛인데

그럼 너는 혀를 바꿔라

한번 죽었다 태어나면 간단한 문제 아니니

노래와 장송곡을 바꿔 불러볼까

가끔은 그런 환기를 시켜야

사랑이 붙들어야 할 것은 아니란 것도 알겠다


아침 해가 뜨는 것에 만족하지 말죠

어제의 우리가 갔다는 증거 같으니까

희망 말고 추모를 조금 길게 하자


그래야

죽음으로 먹고사는 사람도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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