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머리만 한 수박을
칼로 톡, 건들이면 알아서
와사삭하고 갈라져요
당신을 만나는 일
그런 일 같아요
당신은 혼자 뛰어가다가도
주섬주섬 바닥에 흘린 것을 주워요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아이가 되는지도 모르고
민증이 필요 없어지는 것도 모르고
나는 너를 주워가야겠다
너를 주워서 어깨와 목 사이까지 이불을 끌어 올려서
꼼꼼 꼼꼼
덮어서 재워주어야겠다
내가 한 일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스러움이 한 일이고요
당신이 세 걸음만 걸어도
감탄이 절로!
대단한 일이다. 어떻게 이 무거운 지구를
발로 세 번이나 들어 올렸어!
감탄만 하게 하는 당신을 보면서
우리가 우리인 것이 제사를 지내는 이유 같아요
핫도그는 설탕을 묻혀야 제맛이고요
사랑은 그립지 않으면 맛이 없어요
내내 그립자 믿지 않는 전생까지 불러내어서
전생까지 함께 했다고 가정해서
그립자
그렇게 그리운 마음 때문에 손가락이 쥐가 나도록
안아보고요
떨어지는 일만 남았나요
그러면 떨어지세요 당신,
하고 내가 밑에서 불러요
화들짝 놀래지 말고요
낙하가 아닌 포옹을 하러 와요
충돌하는 것을 무서워 말고
안아 드는 것이라고 여겨볼까요
커다란 낙뢰가 내리치는 듯한 일
내 삶엔 없는 줄 알았죠
세상이 왜 자꾸
기적이니 계시니 신의 응답이니
하는 말을 지어내는지
당신이 어려운 눈꺼풀을 들어 나를 볼 때
알게 된 것도 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