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이 붙드는 풀잎처럼 아찔한 날에

by 송유성

슬픔도 나누면 반이 된다던데

내 껀 이자인지 빚인지 복리로 늘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붙는 게 나았다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데

나는 버티는 데도 지기만 해서

통하지 않는 상식이란 것을 알고서

사전을 다시 쓰기로 했다

오늘도 아직 채 지지 않았는데

내일의 이별을 예견하는 사람을 사랑해서

오랫동안 나는 나를 간호해야 했고

자기돌봄 권위자가 되었다


사람은 자신을 데리고 천국을 갈 수가 있어서

날개뼈라는 것이 있는지

등 뒤를 살며시 만져보다가

발이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을 알게 된 날

펑펑 우느라 조짐조차 몰랐고

차라리 여기서 아무나 붙잡고 결혼이나 하고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 낳고서

선녀가 되는 편이 빠르려나 그런 하찮은

욕망에 시달릴 때쯤 내 배꼽이 하얗게 빛났다

그런 것을 하루 만에 다 알게 되는

어떤 사랑도 지나는 우연처럼 있었다

keyword
월, 수, 금, 일 연재
이전 04화즐거운 무도회예요 당신들은 따라오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