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실어 가던 트럭이 넘어졌나
바닥에 귤들이 데굴데굴 앉아 있다
귤도 온전한 것만 주워간다
누구는 한 번도 주워진 적이 없는데
그렇게 돈과 직장과 일과 주식과 이자만 이야기하면서 살 거면
세상에 풀잎과 모란과 희망과 사랑과, 그리고 애인
그래요 애인 같은 것은 왜 있는데요
사실 말이 많은 사람인데 비자발적 벙어리가 된다
이런 이야기는 좀 의미 없나 싶은 것만
너의 손을 잡을 땐 하고 싶은데 자주 골몰하다 멈춘다
당신은 주먹만 쥐고 사는 사람이니
나는 매일 가위만 내야겠다
꽝을 확인하는 것이 지겨워서
없는 신을 만들기로 했다
당신아, 그러니 숭고해요
우리는 서로를 어쩔 줄 몰라서
마음을 제물 삼아 잘 모르는 신에게 줘버려요
그러면 가끔 오는 우연을 은혜로 알아버릴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오지 않는 내일을 매일 사랑해서
오늘은 언제나 패배하나
결코 그런 것을 바란 적 없는데
자동으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버리니
희망이라고 불러버리기로 하면 되나
불현듯 다행이다
검은 머리털 난 짐승은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어서
가끔 떠나고 싶은 발에 맞는 신발이 없고 하면 된다
쓰다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 흉지면 잘 낫지 않는 부분도 있다
눈을 감아도 눈은 보고 있단다
참 알 수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