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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으면 꽤나 길이 짧아진다

by 송유성

모두가 아는 비밀인데

믿음은 사실

구원과 갱생이랑 아무 관련이 없다

사람들은 사실

밥만 먹고 살기엔 조금 부족한 것 같아서

훗날을 도모하는 놀이를 하고 산다

어떤 시인의 시를 읽다가

나도 조금 어려운 단어를 멋있게 쓰고 싶어져서

타락, 같은 것을 생각하다가

타락죽만 생각난다

고소하고 맛있을 것 같다가

사는 일이 또 그거면 된 것 같아져서

시를 쓴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가 쓴 질투 어린 일기를 보다가

귀엽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늘 세상의 모든 귀여움을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고

그래서 애인의 눈썹의 중간쯤 나 있는

한 가닥만 약간 긴 눈썹을

떠나간 애인이 부디 영영 모르고 살길 바란다


백 년이라니 백세시대라니

백 년이나 나는 안 살고 싶다

영원토록이란 말도 싫다


순간이어서 던져지는 화염병처럼

당신들과 허공에서 잠시 머물다가

펑하고 온갖 열망과 사라질 신념과

호르몬의 이상이라고 안 낭만적인 분석을 하는

가장 이성적인 사람과 가장 낭만적인 사랑을 하고

정말 펑하고 잠시만 살고 싶다


내가 본 것이 새이지만

유에포를 봤다고 거짓말을 그럴싸하게 해서

흥미를 유발하다가

과도한 흥미 유발죄로 잡혀들어가면 좋겠다

그래서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져 희귀한

멸종된 낭만을 신문에 1보로 나오게 하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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