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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 본 일이 있다

by 송유성

그렇게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반듯하게 자랐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받지 못한 가정교육을 따로 공부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사랑 같은 건 어지러워서 보이지 않는 마음을 주장하는 사람은 없는 신을 믿는 사람 같아서 외면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끝없이 돌을 굴려 올리는 시시프스처럼 사는 것을 일부러 택하면서 굴리는 것은 그래도 나긴 나잖아. 라고 반만 만족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본 일이 있고 따뜻한 것을 가까이 하고 싶은 것이 천성이면서 제 한 몸 안아 드는 무게에 고양이는 길에서만 만나는 것을 법으로 정해두고 살아가는 것을 본 일이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애인의 눈물은 사랑으로 알 수가 없어서 안아주는 대신 슬퍼는 하지 말라고 떠나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본 일이 있다.

혼자 먹는 저녁이 서툴면서 익숙한 줄 아는, 그런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본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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