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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가민가하여 결론만 말하자면요

by 송유성

나의 멸망을 들키고 싶었습니다

아십니까

멸망을 들키면 멸망하지 않는다는 것을요

막을 수 있는 것은 막고 살자는 말

농담 같은 진담 아닌가요


일부러 넘어졌지요

부러 그랬지 하고 묻기를 바래서

누군가의 고독에 넘어졌지요

함께 걷는 미래에 넘어지기를 바랬는데

오늘만 사는 사람도 있지요

도박꾼인가 하지요


미래의 행복을 빌려서 오늘을 걸면 이기나요

그거 사채 수준을 넘어서서 십 년 동안 이자에 이자를 더해도

치킨 한 마리도 못 사 먹는데요 하고 당신이 말하지 않았나요

그러면 그냥 가난해요 우리

지금 여기서 가난해서 동냥을 해도 우리니까 가난하면 되잖아요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것이 아니랬는데

우리가 믿는 신은 서로 달라서 다른 곳을 보고 비는데

말하지 않아도 비는 방향이 달라서 아는데

그러면 모르는 척도 못하는데 어떡하나요

아주 남쪽에도 겨울에는 강은 어네요

따뜻해도 추우면 얼긴 어는데

추운 곳에서 아깝다고 포옹도 안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나는 또 어쩌라고 그래요


견우와 직녀도 일 년에 한 번은 만난다는데

그날이 오는 날까지 아슬한 줄다리기하고

모르는 척 놀다가 만나도 괜찮은 건데

그럴 거면 물은 왜 떠다 줬나요


팽이처럼 여기서 돌고만 있어야겠다

어지러움이 더해지면 잊혀는 지려나

나는 어지럽기만 하면 되는데

쓸쓸한 밥을 먹는 당신은 죽기 전에 어쩌려고 그러나

돌면서도 고민은 감춰지지 않고요

당신의 세계에도 목련은 질 텐데

목련은 지고 나면 조금 곤란한데

곤란해지면 또 어디에서 누군가를 품으려고

그렇게 씨 하나 심지 않고

발자국 하나 남지기 않고

그저 그런 것들이 자기라고 착각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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