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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가요 아니면 여기인가요

by 송유성

손톱을 뜯다가 피가 나서 울었다

누군가의 쓸쓸함을 외면하는 힘은 남았는데

손톱 뜯을 힘은 남아있는 것 같아서 울었다

애인은 나를 구하려고 불구덩이에 몇 번을 들어가고

찬물에도 몇 번을 들어가다가

아주 담금질이 잘됐다

단단해지지 말고 말랑한 사랑 하자고 고백했는데

시퍼렇게 서슬이 퍼레져서 무뎌지라고 보냈다

믿지 않으려고 했는데

잠시 눈길 준 강아지가 자꾸 따라와서

어쩔 수 없었다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이 인생이라고 합리화했다

구명조끼가 옆에 있어도

자기가 입고 싶은 원피스나 한 벌 더 입어버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유서는 남기지 않고 추억만 남기고 간 일을 보고 알았다

생각보다 흔한 이야기였고

사건은 쉽게 종결되었다


머리를 푹 숙이면 숨이 더 잘 안 쉬어지는데

숨을 더 잘 쉬어야 하는 사람들이 더 숙이고 산다

흔히 하는 실수가 옹기 종기라서 집단 파업을 하게 한다

새치기하지 않고 다른 맛집을 찾으러 가지 않아서

살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고

슬퍼도 맛있으면 그만이란 것도 알았다

마른 손가락을 세다가 사계절이 갔다

숲이 피고 지는 것도 모르다가

어느새 순서가 내게 왔나 싶다

내게도 정말 왔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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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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