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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풍량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by 송유성

마음은 그렇지 않은 데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늘 선택하는 사람의 삶을 생각해 보다가, 이내 곧 잘 모르겠다. 내가 그것도 모르겠는데 그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어제도 새벽에 눈을 떠 10킬로를 달리고 오늘도 새벽에 눈을 떠 7킬로를 달리고 집으로 왔다. 겨울이 되어 해가 늦게 뜬다. 하지만 난 여전히 너무 일찍 일어나서 지금은 어둠을 향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조금 쓸쓸한 마음을 배가 되게 할 때도 있다.



은희경 작가의 소설을 읽다가 최근에 마음이 오래 머무른 문장이 있다.

‘사람의 마음은 좀처럼 지치지를 않나봐요. 자꾸만 노력하려 하고, 다가가려 해요. 나에게도 그 마음이 살아 있어요.’



나는 서른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중인데, 십 년 전에도 사랑의 의미와 지고한 사랑의 유무를 알고 싶어 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때와 지금의 내가 다른 점이라면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내 안의 작은 아이가 여전히 너무나도 나를 애틋해해서 나를 자꾸만 지키고 싶어 한다.



솔직해지고 진심인 것이 살면서 언제나 중요한 것이더라고, 그러니 두려워 말고 지금 나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고 표현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솔직한 것만큼 무서운 일이 있을까.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누군가를 바라보고 온 힘을 다해 활짝 웃어 보이는 일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일인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고요한 새벽 억새가 흔들리는 공원을 달리며 나의 발걸음을 들었다. 착착착, 하고 달리는 일정한 소리와 고요함 속에서 들리는 거친 나의 호흡들을 가만히 듣자면 과연 맞는 답이라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고, 결국 지금의 오답 같은 것들이 훗날 정답일 때도 종종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누군가의 삶은 결국 그들이 밟고 걸어오고 행했던 것들의 결과물이고 모든 순간마다 그들의 곁에 있을 수는 없어서, 내가 지금 당신의 삶을 보고 있고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함께 했더라도 당신을 다 안다고는 말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가장 잔인한 말 중 하나가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인간의 끝내 변하지 않는 본성 같은 것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건 누군가에게 나를 다 내보이고 주고도 괜찮을 만큼 온 진심을 다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자기 방어적 회의일 뿐이라고 나는 또 생각하고. 나는 주변 사람들이 다 알만한 ‘사랑’에 미친 사람이지만 그건 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는 ‘사랑’으로 삶을 구원받은 경험이 있기에, 알고 있어서 그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늘 나를 상처 주는 것들은 온 진심을 다했지만 끝내 진실되지 못하는 겁이 많은 사람들과 관계, 상황들 때문이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온 마음을 자주 주는 만큼 자주 다치곤 한다. 그래서 늘 그런 일들이 끝나면 나는 수분이 다 말라버린 식물처럼 파삭 거리고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도 그렇고. 한번 말라버린 마음은 다시 촉촉하게 하기에 처음보다 더 많은 양의 수분을 필요로 하니까. 나는 마음을 크게 주는 만큼 누구보다 더 많이 슬퍼하고 나를 도닥이고 수많은 밤을 울어야 하는 것도 같다.



요가를 하면서 나의 스승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벗어나야 하는 통증인지 머물러야 하는 통증인지 자신이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성장을 향한 고통이라면 그 지루함과 두려움을 버티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의 호흡을 되찾아 가면서.’라는 조언이 있다. 예전에는 통증을 견디는 것. 에 집중을 했는 데 어쩌면 자신의 호흡을 되찾아 가면서. 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 요즘이다. 남들보다 털어내는 것이 어렵고 힘들다면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더 깊이 호흡하면서 나의 상태를 잘 들여다보고 확인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 주면 많이 다칠까 봐 덜 주는 그런 일은 천성에 맞지를 않아서 숟가락으로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박박 긁어 모든 사랑과 마음을 다 주고 마는 내가, 다시금 나를 일으켜 세우려면 아마도 오래도록 천천히 호흡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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