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무서운 것은 돈이 없어서 오는 물질적인 부족함이 아니다. 먹고 살기 빠듯해서 오는 배고픔도 추위도 아니다. 정말 가난이 무서운 것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실존을 건들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떠 화장실을 가면 오늘의 추위를 가늠할 수 있다.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나는 화장실의 차가움으로 기온을 확인한다. 이번주는 아주 추운 기온이 예보되어 있고 누군가의 겨울이 많이 힘들어 진다는 말이겠다.
어려서 넉넉지 않은 삶을 살았다. 넉넉지 않음은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마음이 돈 앞에서 움츠려드는 것, 그리고 자존심은 돈 앞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했다. 가난이 무서운 것은 인간이 지켜야하는 정금같은 것들을 버리게 한다.
이제는 나 홀로 따뜻한 집에서 잘 챙겨먹고 잘 살아가지만 때때로 가난이 주었던 흔적같은 것들을 발견하면 소스라치게 지워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과거의 부족은 가끔은 마음에 얇은 생채기를 자꾸 내다가 지워지지 않는 문신같은 것을 만들기도 하는 것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