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기다리는 자의 숙명

by 송유성

사람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자라고 롤랑 바르트는 말했다. 기다리는 자는 언제나 납작해지고 납작해지다가 땅속으로 사라지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오늘도 누군가는 가지지 못한 어떤 이의 마음을 헤아리다가 저 먼 지구의 깊은 곳까지 닿고 싶을 수도 있겠지.

아무리 제 잘났어도 짝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꾸 진다. 홀로 보내는 마음을 지닌 사람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시작한 운명이다. 나는 질 운명을 알고 있지만 배팅을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를 마음에 담는 것은 승부가 아니라 작품을 그리는 일이다.

기다리고 지는 사람은 괴롭다. 그럼에도 나는 기다리고 지는 사랑을 다들 해보길 바란다. 젊은 치기가 나의 생을 휘두르고 감정을 요동치게 만드는 일, 홀로 오랫동안 걸으며 고독 속에서 침잠해 보며 가슴 아파하는 일, 숙고는 영혼을 일깨우고 더 넓은 아름다움을 찾게 하는 보물 지도를 주는 일이기도 하니까. 우리 잘 기다리고 져보는 일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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