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기에 자꾸 져버리는 까닭은

by 송유성

작게 말하면 있는 마음이 없어지나

종종 집요정이 나를 흘겨보고


사실 바쁜 척하는 게 슬픔을 숨기기엔 좋아서

깨끗한 것을 다시 꺼내 닦아보지

그중에 제일은 상실 같은 것


새하얘지고 싶었는데요 너무 많이 말해서 붉어졌어요

붉어지면 보이지가 않는데요

지는 노을이 피는 사랑이


누군가의 품에서 도피를 꿈꾸던 사람은

제 손으로 자꾸 주저흔을 만들다

영원히 지지 않는 유토피아로 갔고요

나는 남아 지기만 하는 가위바위보를 하지요


열 손가락 그러쥐면 뭔가 달라질 것 같아서

손톱으로 나를 꾹꾹

고양이 내 곁에서 나를 다시 꾹꾹


겨우 모든 이들을 따돌리고

한숨 돌리면서 처음 깨닫지

태어나서 처음 쉬는 숨이구나

어쩜


우리 가서 다 지났는지 보고올까

나를 빌려줄 테니

당신의 시간은 맡겨놓고 마음껏 보고 올까


다시 돌아온 발걸음은 첫걸음

만 걸음을 갔어도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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