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구체적인 이유

by 송유성

나는 나를 구체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를 아주 오랫동안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나는 내가 매일 새벽에 눈을 떠 아쌈, 루이보스,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녹차 중 하나의 차를 골라 마시는 사람이어서 좋고

나는 내가 운동을 게을리할까 봐 운동복부터 입고 책상에 앉는 사람이어서 좋고

나는 내가 새로 산 시집이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 차서 아껴 읽으려고 세 개만 읽고 덮는 사람이어서 좋습니다.

또 나는 내가 달리기하면서 애써 하늘을 보고 여명을 구경하면서 감탄하는 사람이어서 좋고

나는 내가 요가 수련을 하면서 ‘불편한 것에 머무르세요.’라는 말에 남몰래 눈물을 찔끔 참는 사람이어서 좋습니다.

나는 내가 많지 않은 월급의 주요 소비로 운동과 독서에 쓰는 사람이어서 좋고

아침에 듣는 빌 에반스의 음악에 심취하고 친구들에게 넘칠 만큼 많은 밥을 차리는 사람이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나는 늘 구체적으로 나를 좋아하려고 애쓰는 사람이어서 내가 더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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