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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가 알았던 걸 몰랐던가

by 송유성

언제가 깨끗이 통과인지 모르겠는 쌀을 씻는 것처럼

마음을 열심히 씻었다

영양소는 남아있고 부유물만 내보내는 포인트를

언제나 모르겠어서 곤란하다

바다는 손으로 뜨면 투명한데

자꾸 바다는 푸르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린 사람을 찾아서

첫사랑으로 삼고 싶다

그런 예쁜 말 어디서 배워왔어요 하고

밤새 쓰다듬으면서 첫사랑으로 삼고 싶다

벚꽃과 수국과 코스모스와 동백처럼

계절마다 대표하는 펴짐이 다른데

나는 일 년 내내 구김만 있다

당신이 거름을 자꾸 잊어서 그렇다

안쪽에 있어야 할 갈비뼈가 밖으로 자라서

누군가를 안을 수가 없나

보호에는 좋겠지만 위장술에는 안 좋지 않나

차린 밥상의 반찬 수가 많은데

식은 밥만 퍼먹는 사람도 있다

꼭꼭 씹으면 달다고 한다

다른 것은 먹어 본 일이 없어서 입안이 까슬하다고도 한다

당신이 달면 나도 달겠거니 한다

기분이 단감보다 빨리 떨어진다

적당히 익어야 까마귀라도 와서 조아 먹는데

무엇이든 꼭지에서 벗어나면 볼품이 없다


당신이 장난 가득한 유년 시절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유치원 선생님을 꿈 삼았는데

이미 다 컸단다

내 눈에는 전부 오막만하다


고백을 참아야 하는 법이 있는 세상도 있어서

아나키스트가 되었다

당신이랑 매일 무차별적인 화염병이나 던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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