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간직하지만 아직도 보기 힘든 편지가 있어요. ‘표현을 잘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잘난 것도 없는 저를 많이 챙겨주고, 좋아해 주고, 표현 많이 해주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시작되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은 편지가 있지요.
혼자서도 척척 다 하는 사람을 사랑해 본 일이 있나요. 혼자서도 척척 다하면 나는 옆에서 자꾸만 머쓱해져요. 나는 그 사람이 종종 조금만 아팠으면 좋겠다는 나쁜 마음도 먹어요. 열이 올라 얼굴에 홍조가 붉게 오르면 ‘거봐, 내가 있으니 좋죠.’ 하고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면서 생색내고 싶거든요. 혼자 서도 척척 다하는 사람은 어째 잘 아프지도 않았어요. 나는 그를 보며 아주 씩씩하고 튼튼해서 좋겠다고 눈을 흘겨요.
당신이라는 책을 읽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요. 하고 펑펑 울면서 이별하던 날, 그가 내게 말했지요. ‘이제 읽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당신이 떠나고 당신을 더욱 열렬히 재독 했지요. 같은 책도 여러 번 읽으면 다른 슬픔이 생기는 일이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