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 22. 그저 그런,

by 송유성

나는 오래된 사이라고 더 가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누군가가 말하는 “나만큼 널 잘 아는 사람도 없다.”라는 말에 경기를 일으킬 만큼 거북해한다. 나도 여전히 잘 모르겠는 나와 화해하고 살기에 바쁜데 하물며 내가 아닌 타인인데. 그리고 보통 그 말속에 숨어 있는 저의는 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선취하고자 하는 목적이 다분하다.

살다 보면 많은 인연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진다. 나이가 서른이 훌쩍 넘어 좋은 점은 어릴 때보다 멀어지는 관계에 초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나는 시절 인연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데, 만남과 이별을 그저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관계는 때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여 나타난다.

가까웠던 친구의 말들이 불편해지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불안을 나에게 투영하여 조언을 빙자한 통제를 하려고 하는 데 우리는 그저 우리답게 살아가면 된다. 누군가의 시선과 틀에 나를 맞추고 살지 말자. 나를 뒤로하면서까지 애써야 할 관계는 또 그리 의미 있지 않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21. 한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