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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이야기는 아닙니다

by 송유성

꿈이 뭐냐고 묻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꿈도 없고 희망도 없어서 이곳에 사는 애처럼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노을이 지는데도 밥 먹으라고 불러주는 엄마도 없는 애도 있습니다

고무줄놀이도 하려면 붙잡고 있어 줄 사람이 두 명이나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당신이 가면서 내게 말했지요

내가 미숙해서 그렇습니다 하고 말했지요

함께 익어가자는 말은 왜 안 하는지 모르겠고요

다른 친구의 이별한 이야기보다 사별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죽은 애인만 품고 사는 친구를 찾아 헤매던 언니는

눈이 왕방울만 합니다

그렇게 커야지 다정함을 뚝뚝 떨어트릴 수 있어서 진화했습니다

지나친 피로가 천사를 만드는 건가요

천사는 뒤에 탄생한다는 것을

몇몇의 사랑을 낳아본 뒤에 알게 된 일도 있습니다

사람 곁에서 살고 싶은데 살다 보면 써야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서 산으로 갑니다 살면서 쓸 수 있는 마음의 총량이 정해져 있고 다 쓰면 오히려 스님이 되는 건가 스님은 그렇게 생겨나는 건가 그래서 스님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는 순간을 피하기 위해 머리를 다 미는 건가 그런 생각을 누군가가 나를 예뻐하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해봅니다

목숨을 담보로 줄 테니 티켓같은 것을 걸고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입니다

실패하면 영영 손 한 번 안 잡고 살 테니

성공하면

그래 성공이란 것을 하면

나도 온 힘을 다해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되는 일입니까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거울 속 얼굴을 보다가 이내 잠이나 자러 갑니다

누군가에게는 하얀 밤도 있습니다

영영 숙면에 들지 못해서

보고 싶어 하는 취미를 가져버리는 사람도

정말 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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