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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고 비슷한 영화 취향이 있었으면 좋겠고 책을 서로 추천하며 대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함께 운동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아무렴 다 괜찮은 것을 알기까지 중간에 나는 좀 웃겼다. 돌아보면 완전히 웃기고 자빠졌네 였다. 그러다가 함께 영화를 보면 ‘재밌었어!’라고만 감상평을 남기는 C친구가 아픈 우리 집 문 앞에 죽을 가져다주는 것을 보았고 내가 혼자 주절주절 철학 이야기를 해도 가만히 듣고만 있는 K언니가 퓰리처상 사진전을 가서 전쟁의 폐허 속 아이의 죽은 뒷모습을 한참을 가만히 보는 것을 보았고 ‘유성아 사랑은 행복해지려 하는 건데 넌 왜 도 닦으려고 하는 거니.’라고 조언하던 S언니가 내가 지난 사랑을 이야기할 때마다 왕방울 같은 눈을 글썽거리는 것을 보았고 종종 취하면 옛 노래를 내게 보내는 욕을 섞인 농담을 잘하는 K오빠의 다정을 보았다.
그런 것을 보면서 나는 아무렴 당신들이면 다 괜찮다는 것을 배웠다. 날 가르쳐준 선생님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