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사랑하기에 조금은 떨어져 있는 것이 좋은 관계도 있다. 나는 엄마의 다정도 병인 유전을 물려받았다. 다정이 병인 중증 환자였던 엄마는 주고 또 주다가 생에 졌다. 너무 똑똑해서 그랬다.
산타를 빙자한 엄마인 줄 알았는지, 엄마를 빙자한 산타인 줄 알았는지는 모르겠던 시절이 있었다. 가난했지만 단칸방에 세 식구가 나란히 누워 시시껄렁한 우물 속 귀신 이야기를 수십 번, 수백 번을 들어도 무섭다고 호들갑 떨던 행복이 있었다. 나의 산타는 엄마를 빙자해서 늘 미리 가지고 싶은 것을 알아갔고 나는 대부분 그 선물을 받았다.
하루는 선물 대신 산타가 봉투에 삼천 원을 넣어 두고 갔다. ‘올해는 산타가 형편이 어려워서 미안해. 맛있는 것 사 먹어.’라고 적혀있었던 기억도 난다. 나는 조금 실망했지만 그래도 기뻤는데 기뻐하는 나를 보는 엄마의 얼굴이 조금 슬퍼 보였던 기억도.
여전히 난 엄마를 사랑하지만 가끔 본다. 삶에는 가끔 보아야 퇴색되지 않는 관계도 있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