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나서

사랑과 추억에 대한 기록

by 박혜지

수요일 밤에 자기 전에 내가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잤다. 영원한 햇빛이라는 제목처럼 내용조차 너무 예쁘고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내가 어떤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지에 따라 느낌이 다 다를 것 같아서 나중에는 다른 시각으로 또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영화 지루해서 절대 안 볼 텐데 사랑타령에만 치중하는 그런 상업적인 로맨스 영화도 아니고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여운이 남는 영화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괴로워서 그 사람과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하나하나 추억을 되짚어 볼 때의 주인공의 마음이란, 나중에는 그만하고 싶다며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아 하는 그 마음은 어떨지, 나라면 어떨지 생각하게 됐다.

결국에는 기억을 모두 지웠지만 서로 기억을 지운 채로 다시 만나도 사랑에 빠지는 두 연인의 모습은 우리의 기질은 변하지 않고, 난 다시 너와 만나도 사랑에 빠질까에 대한 생각을 심어주었다. 내가 늘 말하듯 사랑은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영화였다. 한 번한 사랑은 터치 한 번으로도 쉽게 불이 켜지는 스위치 같아서 사라지기보다는 너와 나의 다름과 아픔에 가려지는 게 아닐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기억을 모두 잃은 채로 다시 만났을 때 사랑에 빠졌다면, 반대로 기억을 다시 가지고 만났다면 그 아픔을 견뎌내고 다시 사랑할 용기가 있을지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질문일 것 같다.

얼마나 사랑했냐 보다는 너와 나의 남은 추억이 얼마나 아프지 않았는지가 더 중요할 것 같아서


아무리 힘들었고 아픈 기억이 많은 사람이라 해도 꿈속에서 너와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짚어간다면 난 그 기억을 지울 자신이 있는지, 너무 아파서 지우고 싶은 기억일지, 아니면 주인공처럼 너를 평생 잊기가 두려워서 작은 기억 한 조각이라도 움켜쥐고 놓치고 싶지 않아 할지 궁금했다. 물론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하다.

난 많이 사랑했어도 상대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다시 만나도 사랑일 것 같진 않아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상태로 영화를 보면 우리가 기억을 지우고 다시 만나도 사랑에 빠질까에 초점을 두고 보게 될 것 같고, 내가 이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이 영화를 봤다면 주인공이 여자친구를 지우려다 지우고 싶지 않아 발버둥 치는 그 마음에 좀 더 공감이 됐을 것 같다.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영화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다시 한번 사랑의 영원성에 생각하게 된 하루였다.





토요일 연재
이전 14화영원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