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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Jan 06. 2023

나도 '늙음'은 처음이라...

'노화'를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


 내가 노화를 감지한 건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였다. 외모에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아 그저 씻고 나서 얼굴에 무언가를 찍어 바를 때 습관적으로 거울을 훑듯 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새 한쪽 눈가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주름과  이마에 보일 듯 말 듯 엷은 파도처럼 올라오고 있는 잔주름들이 거울을 통해 아지랑이처럼 내 눈에 반사되었다.


아~나도 늙는구나...


며칠째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거울공주가 되어 아침저녁으로 수분크림을 듬뿍 발라가며 나름 고군분투를 했더랬다.


 사실 노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흰머리는 오히려 나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집안 내력인지 아이를 하나씩 낳을 때마다 검은 머리카락을 잠식해가던  흰머리 녀석들이 어느새 반이상의 영토를 차지하는 바람에 한 달 단위로 하는 염색이 일상화된 지 이미 오래였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한 게 그렇게 성가시고 귀찮은  흰머리들이 그나마 감사한 존재였다는 걸 깨닫게 된 건 오십을 겨우 받아들이기 시작한  근래 일이다.

오랜 세월  가늘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던 머리카락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자신의 근거지를 탈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여자에게도 탈모가?


 부쩍 빠지기 시작하더니 숱이 반이나 준 듯 휑한 느낌이다.

남자 셋과 20여 년을 살아오면서 아들들이 혹시나 탈모로 고민할까 일찍부터 영양제도 챙겨 먹이고 간혹 욕실 수채구멍에 쌓인 머리카락을 보며 차라리 내 것이었으면 하고 바라마지 않았었는데...

그 소원을 이렇게나 일찍 들어주신 절대자는 나의 믿음이 부실했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리셨나 보다. 다른 여타의 소원은 차치한 채 이것 먼저 들어주신 걸 보면...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외모의 변화에 갱년기 핑계를 대며 짜증 내고 서글퍼하는 시간이 잦아졌.

내가 뭐라고...

대체 무슨 오만으로  세월을 피해 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자신이 힘겨워 마음을 고쳐먹기로 다짐해 본다.


 그저 세월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그녀에게 익숙해지는 법을 배우라고, 

좀 더 자신을 들여다보며 관심을 가지라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가 바로 나라고...

실속 없이 주변만 서성이던 나에게 일침을 가해 본다.


 문득 '노화'조차 유머로 넘긴 옛 선조의 해학이 깃든 시조 한 수가 떠올랐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는 가시를 쥐고

늙은 길은 가시로 막고  백발은 막대기로 치려고 하였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의 <한 손에 막대 잡고>

                                                    

 이런저런 이유로 느지막하게 거울 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거울 속의 중년 여인이 뭐 그리 이쁠까만은  이제 그녀와도 좀 친해져야 할 것 같다. 그녀를 조금만 더 사랑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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