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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Apr 06. 2023

아가멤논 가문의 가족 잔혹사

<오레스테이아> 3부작으로 본 고대의 막장 드라마


 그리스의 미케네 문명을 이끌었던 절대 강자 미케네의 아가멤논왕은 기나긴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장식하며 호기롭게 귀국한다. 하지만 그를 기다린 건 보장된 미래가 아니라 음흉한 음모였으니...

 그가 전쟁으로 떠나 있는 동안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사촌 아이기스토스가 바람이 난 것이다. 그들은 음모를 꾸며

아가멤논을 방심하게 만든 뒤 살해하고 만다. 10년간의 모진 전쟁을 견디고 개선한 장군에게 환영 인사치곤 지독히 잔인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극악무도한 존속살인을 벌인 그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그녀가 보는 앞에서 그녀의 전 남편과 두 아들을 살해한 후 그녀를 취한 아가멤논이 그것도 모잘라 급기야 전쟁이란 구실로 자신들의 큰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시킨데 대한 복수심으로 이미 그녀는 이성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피게네이아의 희생

이피게네이아의 희생

 트로이를 공격하기 위해 아가멤논은 그리스 전 지역에 파발을 띄워 모든 군사를 그리스 아울리스항에 집결하게 한다. 전쟁 준비를 마치는데 2년을 보낸 후 막상 출발하려 하자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았다. 당시 배는 바람 없이는 출항이 불가능했으므로 그들은 그 이유를 점쟁이 칼카스에게 물었다.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아르테미스 여신을 화나게 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아가멤논이 사냥한 사슴이 공교롭게도 여신이 아끼던 것이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자신의 딸을 제물로 바치것뿐이었다.


 심각하게 갈등하던 아아가멤논은어쩔 수 없이 오디세우스의 제안대로 아킬레우스와 결혼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큰 딸 이피게네이아를 그곳으로 불렀다.

그리스 최고의 영웅과의 결혼에 들뜬 녀는 기쁜 마음으로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와 동행했고 그곳에 도착해 실을 알게 되자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딸 이피게네이아는 아르테미스 여신을 위한 제물로 바쳐졌고, 졸지에  딸을 잃은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복수심에 이를 갈았고 남편 살해의 뜻을 품은 것은 아마 이 시기였을 것이다.


오레스테스, 친모를 살해하다.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는 오레스테스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는 아가멤논과 그가 전리품으로 데리고 온 트로이 공주 카산드라를 죽인 후 후한이 두려워 그의 아들 오레스테스 또한 죽이려 다.

하지만 둘째 딸 엘렉트라의 도움으로 친척집으로 피해  간신히 목숨을 구한 오레스테스는 성인이 된 후 아폴론 신전에서 신탁으로 복수를 명 받고 미케네로 잠입하여 마침내 어머니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의 정부를 살해한다.


 모친 살해자가 된 오레스테스는 끊임없이 복수의 여신에게 쫓기게 되고  그의 저주를 풀 방법은 타우리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에서 여신상을 훔쳐 그리스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신전의 사제가 그의 누나 이피게네이아였다.

아버지 아가멤논에 의해 아르테미스 여신의 재물로 바쳐졌던 그녀는 다행히 결정적인 순간에 여신이 암사슴 한 마리와 바꿔치기해 자신의 신전의 여사제로 삼았던 것이다. 이피게네이아의 지혜로 여신상을 그리스로 가져올 수 있게 된 오레스테스는 마침내 자신에게 내려졌던 저주도 풀리고 미케네의 왕위도 되찾게 된다.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주인공, 엘렉트라

오레스테스와 엘렉트라의 만남


 렉트라는 아가멤논의 둘째 딸이다. 아버지 아가멤논이 어머니와 그녀의 정부에 의해 살해되자 엘렉트라는 어린 동생 오레스테스를 피신시켰다가 성인이 되어 미케네를 찾아온 그로 하여금 아버지의 복수를 하도록 적극 돕는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는데, 유아기 남아가 어머니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경쟁자로서 대립각을 세운다는 프로이트의 유명한 심리학 용어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여성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아버지 아가멤논에 대한 그녀의 지나친 집념이 어머니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고, 결국 모친살해에 이르고 마는 신화 속 엘렉트라 캐릭터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를 이은 가족의 잔혹사, 그리스의 3대 비극으로 대중에게 회자되다.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오레스테스


 현대의 막장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아가멤논의 가족사는 기원전 5세기에 아이스킬로스에 의해 <오레스테이아>라는 제목의 그리스 비극 3부작으로 쓰였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아가멤논의 귀향으로부터 시작된 이 비극은 부인 남편을 살해하고(1부, 아가멤논), 부친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다시 그 아들이 모친을 살해하는 것으로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절정에 달했다가 결국 존속살해에 대한 재판과정(3부, 자비로운 여신들)으로 마무리된다.

 

 치정과 존속살해의 복수극에 고대 그리스인들도 열광했는지 이 비극은 그해 열린 디오니소스 축제 경연해서 1등을 차지했으며 현존하는 유일한 비극 3부작 시리즈로 그 존재가치 또한 높다.

 하지만 자칫 대를 이은 가문의 자극적인 복수 치정극으로 전락할 수 있는 소재에서도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상과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음을  수 있는데 그것은 마지막 3부의 오레스테스 재판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재판 과정 속 논쟁에서 그들이 치열하게 다투었던 것은 본성과 이성, 자연법과 실정법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였다. 모친을 살해한 오레스테스의 유무죄를 가리는 열띤 찬반이 동률인 상태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의 아테나 여신이 무죄 판결에 손을 들어준 것은, 그들 앞에 닥친 재앙에 대처하는 그리스인들의 선택은 결국 법과 이성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딱히 내용은 없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스토리 자체에만 치중해 막장드라마에 빠져들고 있는  세태와 달리, 3000년 전의 고대 그리스인들은 진부한 이야기 속에서도 자신들만의 가치와 이상을 녹여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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