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트로이에는 3명의 유명한예언자가 있었다. 그들은 트로이 전쟁 때 두각을 나타냈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긍정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 채 결국 위험에 처한 조국, 트로이를 그리스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 그들에 얽힌 사연 또한 기구하면서도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기에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아폴론의 사제, 비운의 라오콘
라오콘 군상
라오콘은 트로이의 아폴론 신전 사제였다. 10년이 되도록 전쟁의 승부가 나지 않자 그리스 군은 오디세우스가 제안한 방법대로 커다란 목마 속에 그리스 정예군을 숨긴 채 트로이성 앞에 두고는 퇴각하는 척 근처에 배를 숨겼다.
트로이인들은 그리스의 첩자 시논의 말에 속아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놓으려 했는데 이를 최초로 막아선 자가 바로 라오콘이다. 그는 그리스 군의 음모라며 목마를 향해 창을 던졌다. 목마 옆구리 쪽에서 텅 빈 울림이 나자 그 속에 그리스 군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며그는 목마를 태워 없애버릴 것을 주장했다.
이때 갑자기 바다 쪽에서 커다란 뱀 두 마리가 나타나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을 감싸더니 옥죄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은 심한 고통을 겪으며 질식해 죽고 말았다.
사람들은 라오콘이 신의 제물로 바칠 목마를 훼손해서 벌을 받았다며 더 이상 신이 노하지 않도록 목마를 조심스럽게 성 안으로 옮겼고 결국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 트로이는 멸망하고 말았다.
라오콘군상은 1506년 로마의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라오콘과 두 아들의 비참한 최후를 아주 실감 나게 표현한 헬레니즘 시대의 걸작으로, 일찍이 미켈란젤로는 '예술의 기적'이라 칭하며 그의 후기 작품은 이 조각상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헬레노스, 사랑 때문에 조국을 배신하다.
희생 제물을 바치는 아이네아스와 헬레노스
헬레노스는 트로이왕 프리아모스의 아들로 이어서 언급할 카산드라와 쌍둥이 남매다. 헬레노스와 카산드라는 어릴 때 아폴론 신전에서 잠이 들었는데 뱀이 이 둘의 귀를 핥고 사라진 이후 둘 다 예언의 능력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헬레노스는 형인 헥토르를 따라 트로이 전쟁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는데 파리스가 죽은 후 헬레네를 두고 다른 형제와 다투다가 결국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자 이다산으로 들어가 은둔 생활을 했다.
한편, 그리스 측에서는 오직 헬레노스만이 트로이를 정복할 방안을 알고 있다는 점쟁이 칼카스의 예언에 따라 이다산에 숨어 지내던 헬레노스를 잡아온다. 그는 결국 트로이를 멸망시킬 세 가지 조건을 말하는데 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어 언급된 내용들을 모두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트로이의 아테나 신전에서 아테나의 신상을 훔칠 것 둘째, 펠롭스의 유골을 트로이에 가져올 것 셋째,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를 전쟁에 참전시킬 것 넷째, 원정 도중에 두고 온 필록테테스를 참전시켜, 그가 가진 헤라클레스의 독화살을 이용하도록 할 것 다섯째, 거대한 목마를 만들 것
결국 그는 조국을 적에게 넘김으로써 사랑하는 이를 얻지 못한 앙갚음을 한 셈인데그 결과가 참으로 가혹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카산드라, 하나의 입이 한 말을 두 귀가 듣지 않는 형벌을 받다.
카산드라
카산드라는 트로이 프리아모스왕의 딸로 앞서 언급한 헬레노스와 쌍둥이 남매다. 두 남매가 예언의 힘을 얻은 건
아폴론 신전에서 잠든 사이 뱀이 그들의 귀를 핥은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했지만 카산드라의 경우, 또 다른 설이 존재한다.
카산드라의 미모에 반한 아폴론 신이 예언의 능력을 미끼로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예언의 능력만 받고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한다. 이에 분노한 아폴론신은 그녀에게 예지력은 주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도록 하는 저주를 내리고 만다.
그녀는 일찍이 트로이의 전쟁을 예견하며 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파리스에 관해서도 여러 번 경고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목마를 트로이성안으로 들여놓지 못하게 했지만 그것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트로이가 멸망한 후 전리품으로 아가멤논에게 끌려가면서도 그와 그녀 자신의 죽음을 예언했지만 이 또한 무시당한 채 아가멤논과 함께 그의 부인 클리타임네스트라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아야 했다.
현대의 경제, 정치분야에서는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거나 혹은 믿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을 가리켜 카산드라 콤플렉스라고 하는데 이는 기구한 운명을 지녔던 비운의 트로이 공주, 카산드라에게서 연유된 표현이다.
소위 첨단을 달리고 있다는 요즘 시대에서도 새해나 특별한 일을 앞두고 재미 삼아, 혹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 종종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다.
여기가 용하다느니 저기가 잘 맞힌다느니 각자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때까지 점집 순례는 끝이 없다.
하지만 신화 속 예언자들처럼 그 점쟁이가 정말 접신에 능해서 신통한 예언 능력을 발휘한 걸까?
어쩌면 사람들은 이미 마음속에 저마다의 결론을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거기에 설득력을 더하는 한 마디가 필요할 뿐... 결국 자신의 결정이 옮음을, 또한 그에 따르는 책임감을 누구와 조금이라도 나누고픈 그런 불안한 심리가 그들을 점집 앞에서 서성이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