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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Apr 14. 2023

모험소설의 원조, [오디세이아]

한 사내의 파란만장한 10년간의 귀향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일리아스]와 함께 현존하는 서구 문학 최고의 장편 서사시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은 그리스의 서사시 모음집을 일컫는 서사시권 (epikoskyklos) 중에서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트로이아 서사시권 중 일부에 속한다.


트로이아 서사시권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트로이아 서사시권 총 8편 중, [일리아스]두 번째에 속하고, [오디세이아]는 일곱 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고대 그리스의 수많은 영웅 서사시 가운데 오직 이 두 편만이 온전히 살아남아 그 시대의 수준 높은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오디세이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트로이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오디세우스가 지난했던 10년간의 전쟁을 끝내고 그의 고향 이타케로 돌아오는 동안 겪게 되는 또 다른 10년간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약 1만 2000행에 달하는 방대한 이야기를 총 24권으로 나누어 실었는데, 이야기의 전개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순차적인  방식이 아닌, 그가 처한 현재 상황과 과거 회상 장면들을 서로 교차시키면서 진행되는 방식이라 다소 복잡하면서 기교적이라 할 수 있다.




[오디세이아]의 시작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돌아올 기미가 없는 이타케의 왕 오디세우스의 부재를 틈타, 그의 아내 페넬로페를 차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구혼자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는 왕궁 장면에서 출발한다.          그들이 종일 먹어대는 음식으로 가산은 기울어질 위기에 처하이제 어엿한 청년이 된 아들 텔레마코스조차 그들을 제지하지 못한다.

 이에 답답한 심정의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이미 오래전에 귀향한 전우 네스트로와 메넬라오스를 만나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 시각 오디세우스는 바다의 요정 칼립소의 섬에서 7년째 그녀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지형이 험해 다른 배들이 접근할 수 없을뿐더러 그동안의 여정에서 배와 부하들을 모두 잃고 홀로 이 섬에 표류해 온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게 된 칼립소가 그를 쉬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오디세우스와 칼립소


 하지만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허락한 신들의 결정으로 칼립소는 어쩔 수 없이 그의 귀향을 받아들이게 되고 오디세우스는 급한 대로 뗏목을 만들어 방문자들을 그들의 고향으로 무사히 데려다주는 풍습을 가진 파이아케스인들이 살고 있는 스케리아 섬으로 출발한다.


 스케리아 섬의 알키오노스 왕의 환대를 받는 와중에 자신의 존재에 대해 묻는 왕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오디세우스는 트로이를 출발한 이후 그가 겪은 과정들을 회상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가장 유명하고 스펙터클한 모험들이 전개되는데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와, 그의 부하들을 돼지로 둔갑시켰던 키르케, 죽은 자의 영역인 지하세계의 방문,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죽음의 섬으로 인도하는 사이렌, 목이 여섯 개나 달린 괴물 스킬라, 하루에 물을 세 번이나 마셨다 토해내는 바닷괴물 카딥디스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캐릭터들과 괴물들의 등장은 독자를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여기서 오디세우스가 이런 험난한 여정을 겪게 되는 이유 또한  밝혀진다. 오디세우스가 여행 초반에 맞닥뜨린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 중 폴리페모스라는 괴물의 눈을 뾰족한 나무로 찔러  멀게 하는데, 다름 아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었고 이에 분노한 포세이돈이 여정 내내  오디세우스를 괴롭히며 그의 귀향을 방해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고향 이타케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는 거지로 변장한 후 행패가 날로 심해지던 구혼자들을 가차 없이 응징하, 복수를 하러 온 그의 가족들과 대면하던 중, 아테나 여신의 중재로 그들과 협상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게된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겪은 다양하고 험난한 경험들은 실로 기괴하면서도 엄청난 상상력이 동원된 이야기들로, 이후 쓰인 여러 모험 이야기들에 풍부한 모티브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사례에서 아볼 수 있다.




스타벅스의 로고로 쓰인 사이렌

사이렌을 형상화한 로고의 변천사

 커피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스타벅스의 로고는 오디세이아에 등장했던 사이렌을 형상화했다.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사이렌이 뱃사람을 홀린 것처럼 사람을 홀려서 커피를 마시게 하겠다.'는 의미로 이 로고를 만들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참고로 스타벅스라는 상호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서 커피를 사랑한  일등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토(mento)의 유래

텔레마코스와 멘토르


 멘토의 사전적 의미는 '경험 있고 믿을 수 있는 조언자'라는 뜻인데 이 또한 [오디세이아]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나가면서 아들 텔레마코를 자신의 친구에게 부탁하는데 바로 그 친구의 이름이 멘토르였다. 멘토르는 친구의 아들을 긴 시간 동안 잘 보살펴 주었는데, 그는 텔레마코스에게 오랜 시간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한 스승이자 상담자였고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오디세이아]에서는 아테네 여신이 멘토르로 변신해 텔레마코스를 아버지의 전우인 네스트로와 메넬라오스를 찾아가도록 인도하기도 한다.


페넬로페의 옷감 짜기

페넬로페와 구혼자들


지아비의 부재로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는 많은 구혼자들의 청혼에 시달리게 된다. 거절할수록 난폭해지는 그들의 횡포에, 그녀는 아비의 수의를 완성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그들을 달래는 꾀를 하나 내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낮에는 수의를 짰다가 밤이 되면 다시 풀어 버리는 작업을 반복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흔히 우리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몇 번이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고치는 경우기 있는데 이러한 행위를 옷감을 짰다 풀었다를 반복했던 페넬로페의 옷감 짜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우리는 살아오면서, 사람이 동물로 변한다거나 이미 죽은 자들 만나기, 때론 초라한 행색의 주인공이 마침내 본모습을 드러내면 악인들을 일망타진하는 이야기들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 친숙하게 느끼는 경험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인류의 보편적 문화코드의 영향이 크겠지만 그만큼 그러한 정서와 문화를 집대성한 인류 최고의 걸작 [오디세이아]의 그늘 아래서 그 어떤 모험 이야기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워, 마침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고 마는 인간 영웅의 모험담 [오디세이아]를 통해, 무수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결코 변하지 않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노래한, 아득히 먼 옛날 의 어느 위대한 거인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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