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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May 09. 2024

어버이가 되고보니...

부담스런 어버이날

어버이날의 정의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하지만 나에겐 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시댁 어른들은 일찍 돌아가셨고 친정아버지까지 유명을 달리하신 지 오래, 유일하게 살아계시는 친정엄마는 요양원에서 지내신다.


 평소 필요한 물품을 부쳐드리고 두세 달에 한 번씩 콧바람이라도 쐬어 드리려 함께 외출하는 걸로 딸의 의무를 감하려 하지만 그것 또한 녹록지 않다.


 오늘은 멀리 사는 언니가 엄마가 필요로 하는 것, 이것저것을 싸와서 방문한다니 나로서는 한시름 놓은 셈이다. 평일이라 합류는 못하고 언니가 카톡에 드문드문 사진과 함께 올린 짤막한 글에 소극적으로나마 답을 할 뿐이다.



 

어버이날의 취지

 

 외지에서 생활하는 두 아들들은 해가 넘어가도록 소식 하나 없다. 오전에 잠깐 남편과 '괘씸한 녀석들'이라며 싱거운 푸념만 나누곤 일이 바빠 그냥 그러고 지나갔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윗지방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작은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돈이 없어서 선물은 못하고 그냥  어버이날 축하드린다며 멋쩍어하는 표정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났다. 

 다음에 돈 많이 벌면 좋은 거 사달라고 말했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나중에 필요한 거 말할 테니 작은 거라도 부치라고 금방 태세를 전환했다.


  남편이 그새 카톡을 했는지 퇴근길에 큰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 그래도 운동 마치고 전화하려고 했다고. 어버이날인데 맛있는 거 사드시라며 전화를 끊고 나서 카카오 페이로 용돈을 송금해 왔다.




 주는 것보다 받는 입장이 되면 더 좋은 줄 알았다.

내가 부모가 되면 어버이날이 무슨 축제일이라도 되는 줄 착각이라도 했까?

 하지만 부모가 되고 아이들이 나이를 먹어 갈수록 생일이나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들이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가끔씩은 아침부터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무엇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 왠지 자식 교육을 똑바로 시켰는지 누군가로부터 심판을 받는 날같이 느껴져 하루종일  벌 받는 심정이기도 했다.


  무얼 꼭 바라는 부모마냥 비칠까 봐 성인이 된 자식들에게 무어라 똑바로 얘기하기 난감하기도 하다.

평소에 잘 지내면 되지 꼭 이런 날까지 만들어 서로를 곤혹스럽게 만드는지... 자식일 땐 왠지 불효자임을 절감하는 날이더니, 정작 부모가 되고 보니 자식에게 부담될까 봐, 혹여 주위와 비교하여 내가 잘못 산 건 아닌지 괜한 자괴감이 드는 날이기도 하다.


정작 부모 교육이란 건 받지도 못하고 자식을 낳아서 먹고사는 데만 치중하다 보니 어느새 훌쩍 커버린 녀석들... 자식들이 독립하고 나서야 뒤늦게 뭔가 깨달아서 다른 이들에게 경험이랍시고 주절거리고 있는 나는 어느새 실속은 없는 꼰대가 되어 버린 심정이다.


 선물은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 한 상황에서 그 의미가 깊어지는 법, 사회의  반강제적인 분위기에서 뭔가 당연시되며 받은 선물과 용돈이 불편한 건 괜한 나만의  과잉된 감정의 표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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