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에 즈음하여...
6월 3일,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우린 그토록 고대하던 새 대통령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작년 12월 3일 밤,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선포가 전국을 아수라장으로 몰아넣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민의 적극적인 저지와 군인들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내란은 4시간 만에 좌절되었다.
그 후, 내란수괴와 그 잔당들은 일망타진되고, 빼앗길 뻔한 우리의 상처 입은 민주주의가 곧 다시 회복될 줄 알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여러 가지 상황들이 연이어 터졌고, 힘겹게 얻어낸 대통령의 탄핵을 포함해, 장장 6개월이라는 긴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마침내 요원하기만 했던 그날이 오고야 만 것이다.
내가 새 대통령 이재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그 어드메 즈음이었다.
생업에 바빠 정치에는 아예 곁을 주지 않았던 시절, 정치하면 진보와 보수로만 양분한 채, 선거 땐 인물이나 공략은 살펴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의례 진보 쪽에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나름 지식인으로써 한 몫을 했다고 생각했었다.
문재인 정권 말기, 조국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시절, 별의 순간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찬사를 받으며 갑자기 등장한 윤석열이라는 자가, 한창 위상이 급부상하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즐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0.7%라는 미미한 차이로...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부터 우리 국민과 더불어 이재명의 기사밭길이 시작되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은 그의 철저한 심복인 검찰을 동원해 온갖 죄목을 덧씌워 가며 이재명을 기소했고, 언론은 본질은 외면한 채, 편향된 시선으로 이를 퍼다 나르기 시작했다.
앞뒤 맥락을 자른 개인 사생활 문제까지 들먹여가며, 자극적인 구설로 이재명을 악마화했고, 권력에 아부하는 패거리 정치의 밑바닥에선 이미 진실은 안중에도 없었다.
한 편, 인간을 대신해 기꺼이 고행길에 오른 예수처럼, 국민을 위해 쓰일 날을 기다리며 험한 일들을 감수해 왔다는 이재명, 그런 그의 목숨을 위협한 한 극우분자의 피습 사건은 온 국민에게서 놀라움을 넘은 분노를 자아냈다.
다행히 빠른 대처로 건강을 되찾았지만, 생명이 위급한 그 와중에서도 서울대 병원으로의 헬기이송 문제를 정쟁화하는데 급급했던, 여당 국민의 힘이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가 없었다.
무능의 극치를 너머, 영구독재라는 참으로 위험하고 얼토당토않은 시나리오를 실행시킨 윤석열 일당의 내란 스토리를 온 나라가 실시간으로 목도했지만, 수수방관하며 뒤처리를 미루는 듯한 현 체제에 분통을 터트리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난 6개월간 숱한 불멸의 밤을 보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자승자박 드라마는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며, 국민이 뽑은 새로운 대통령이 3년 동안 망가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리라는 희망에 모두들 꿋꿋이 버텼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이런 희망마저 꺾으려 했던 세력이 있었으니, 이번엔 사법부였다.
2심에서 무죄가 난 사건을 유례없는 속전속결 처리로 대법원까지 가져가, 파기환송이라는 말도 안되는 카드로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유력 대권주자의 피선권을 박탈하려고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사법부의 도 넘는 정치행위를 보면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내란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얼마나 많은지 뼈저리게 느꼈다.
너무나 쉽게 권력을 얻어서 그 무게의 엄중함을 헤아리지 못하고 경거망동하는 이가 있는 반면에, 그 길이 너무도 험난하고 힘들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사람도 있다.
이번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삶의 여정을 살펴보고 있으려니, 그야말로 온갖 고초로 얼룩진 고난의 삶 그 자체였다.
선거전,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직접 언급한 맹자의 '고자장'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 다름아닌 그 자신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 대통령에게 감사할 일이 몇 가지 있다.
국민들의 정치 수준을 현저히 높이고, 선거의 중요성을 이렇게나 잘 학습시킨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그리고 어쩌면 그는, 아직 미완성이었던 이재명을 더 크게 쓰고자, 신이 잠시 우리나라에 보낸 도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탄압과 억압을 받을수록 더욱더 서슬 퍼렇게 날이 선 사람이 있는 반면, 지금 TV에 비친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은 득도한 사람마냥 더 온화해지고 아량이 넓어졌으며, 그만큼 깊어진 국민에 대한 그의 존경과 사랑이 화면 너머로까지 전해져 왔다.
생물학적, 정치적 죽음의 목전까지 갔다가 어렵고 어렵게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재명, 당리당략으로 급조된 인물이 아닌, 오랫동안 준비되어 온 대통령인 만큼, 상처받고 지친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하루빨리 어루만지고 일으켜 세워주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