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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Jul 28. 2022

알뜰장터를 다녀와서

사월 이야기(3)

2020년 4월 13일


 집 근처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서는 수요일, 토요일에 알뜰장터라는 이름하에 야외에서 별도의 장이 열린다.

주로 농산물과 과일이 대부분인데 싱싱할 뿐만 아니라 값도 싸다.


 한동안 수시로 만나서 수다를 떨다가도 한참을 잊은 듯 지내는 지인처럼 요일을 꼽아가며 드나들다가 근래 들어 시큰둥했었는데 오늘 문득 입이 근질거리던 차에 그 지인이 생각난 듯 알뜰장터 생각이 났다.

때마침 수요일이었다.


 요즈음 근처 재래시장을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사다 나르는 재미로 소일 중이라 딱히 필요한 건 없었는데 마침 떨어진 과일이라도 사놓을 요량으로 가볍게 동네 마실 가듯 집을 나섰다.


  3시가 파장이라 두어 시간 남은 상황, 무엇이 나왔나 계절의 흐름이라도 느껴볼 요량으로 구경만 한다는 것이 그만 사달이 났다.

싱싱하고, 양도 푸짐한 데다 일반 재래시장을 후려치고도 남을 저렴한 가격까지...

나는 그만 눈이 휙 돌아가고 말았다.

그것들을 사고 싶다는 욕망이 그 어떤 보석이나 명품 백에 비할 게 아니었다.

참고 참다가 결국 내질러 버렸다.


시장바구니며 비닐봉지며 그것도 모자라 쓰레기봉투도 하나 구입해 세 군데로 나눠 담고 낑낑거리며 오면서도 나는 아주 좋은 가격에 한 계절을 몽땅 싹쓸이 하기라도 한 듯, 전리품을 한가득 안고 개선식을 치르는 장군마냥 득의양양하게 집으로 향했다.


 후회가 밀려온 건 구입한 물건들을 테이블 위에 하나 둘 늘어놓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무슨 요리를 할 건지, 어떻게 보관할 건지 아무런 생각 없이 저지른 충동구매에 잠시 망연자실했다.

그것도 두 아들이 집을 비워 먹을 입이 남편과 나, 둘 뿐이라는 사실은 왜 그때서야 떠오른 건지...

물건을 주섬주섬 정리하며 혼자 다짐하듯 속삭였다.


지금 아니면 먹기 힘든 것들인데...


앞으로 시장 안 가고 하나씩 해 먹으면 되지..


아무렴 꼭 해 먹어야지...


그러다 번잡하게 움직이던 나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이제 막 일에서 손을 뗀 나는 노는 것도 일하듯 하는구나.

서두르고, 밀어붙이고, 가슴 졸여가며... 그렇게 하고 있구나.

마치 한 번 오고 말 계절인 듯 어떻게든 붙잡기 급급한 나 자신에게 나지막이 타일렀다.


조금 덜 서두르자고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자고


계절은 가고 또 온다고...


그렇게 나를 다독이고, 때론 꾸짖으면서

또 다른 생활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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