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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Aug 01. 2022

편의점을 다녀와서

사월 이야기(4)

4월 21일


오늘은 얼굴도 볼 겸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을  방문하기로 했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 궁리하다가

도시락을 준비해 가기로 했다.

 

 새벽부터 일하느라 늘 식사를 간단하게 때운다는 지인의 말이 생각나 모처럼의 식사 다운 식사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뭘 준비할까?

만들기도 번거롭지 않고 운반하기도 편한 메뉴여야 했다.

평소 가족들과 즐겨해 먹던 육회 비빔밥이 생각났다.

시간이 되면 지인들과 함께 하고픈 메뉴이기도 하다.


 표고버섯, 무생채, 호박, 미나리 무침까지 전날 만들어 놓은 나물들과



동네 식육점에서 사 온 육회를 챙겨서



찬합에 예쁘게 담았다.



샐러드와 직접 만든 오리엔탈 드레싱도 준비했다.



생각보다 먼 거리라 버스정류장에 내려서도 매장까지 두어 정거장 정도 걸어야 했다.

초여름 날씨에 덩치만 큰 짐을 지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반가움과 정성을 배달한다는 생각에 약간 설레기까지 했다.


 봉암공단 근처에 위치한 편의점에선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손님들이 드문드문이지만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더운 날씨 덕에 얼음 음료수를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니 매출에 도움이 됐으면 싶었다.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밥 먹을 시간이 없어 난감했는데 마치 근처에서 근무하는 지인의 남편분이 잠깐 들른 김에 카운터를 맡아주셔서 그나마 밥 먹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고 나서도 지인은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하랴 중간중간 빠진 물건을 채워 넣고 진열하랴, 청소하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족들과 맛있는 밥을 먹고 행복하게 살자고 생업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들인데 정작 끼니는 그저 간단히 때우거나 건너뛰기 일쑤니 식구들끼리 한자리에 모여 여유롭게 식사를 즐긴다는 건 언감생심 꿈꾸기도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더구나 평일에 지인이나 친구를 만나 밥 한 끼 먹는다는 건 꽉 찬 노동 스케줄을 비집고 들어가도 겨우 될까 말까 한 요원한 일이 돼버린 지 오래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노동일까?

그 속에 있을 땐 몰랐는데 한 발치 떨어져서 본 우리네 자화상은 왠지 좀 서글펐다.


 점점 더 가치가 전도되어 가는  세상.

열심히 달리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왜,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지는 모르는 우리들.

문득 허공에 대고라도 묻고 싶었다.


진정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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