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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Aug 08. 2022

4월을 보내며

사월 이야기(5)


 4월 28일


 어느덧 4월 하순

온몸으로 봄을 알리느라 자신의 꽃잎을 지천으로 뿌려대던 벚꽃이며 개나리, 진달래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치미를 뚝 떼고 초여름의 신록에 합류해 버렸다.


 내일은, 아니 그다음 날은 꼭 보리라 미루던 이들이 감쪽같이 도둑맞은 봄에 허탈함을 넘어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채 한 달도 되지 않는 시간에 봄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하지만 봄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을 터,

그토록 온몸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쳤건만 사람들은 제 앞가림하기에 바빠 정녕 중요한 일은 자꾸 미루기만 하더라.


눈이 있으나 보려 하지 않고

귀가 있으나 들으려 하지 않고

그저 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더라.


완연한 봄을 누리려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할 터.

과연 1년 뒤라고 그 인에 박힌 우리네 습성이 달라질까?

 나 또한 알지 못했다.

그 많은 세월 동안 언제 그렇게 많은 봄들이 지나갔는지...



4월을 보내며 나에게 묻는다.


정녕 오지 않을 신기루 같은, 화려한 인생의 봄을 꿈꾸며

1년 내내 겨울 속에서 웅크리고 살지는 않았는지.


문만 열면 개나리, 진달래 흐드러진, 자연이 아낌없이 베푸는 봄은 애써 외면한 채, 먼 훗날 돈으로 살 수 있는 작위적인 봄을 탐하지는 않았는지.



5월을 맞으며 나에게 다짐한다.


이제 찬란한 날씨가 밖으로 유혹하는 봄은 갔으니,

서서히 달아오르는 태양의 열기가 그 자리를 꿰차고 있는 동안 조용히 칩거하며 나를 채울 시간.


 내년의 봄을 더 충만하게 맞이하기 위해

더 이상 부질없는 탐욕에 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가 진정 나만의 철학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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