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통해 본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
배가 전복된 근본적 원인은 제어하지 못한 탐욕과 부정부패였다. 그렇게 많은 생명이 희생당한 직접적 원인은 선장과 승무원들의 무능과 무책임이었지만 그 배후에는 넓고 깊은 구조적 원인이 놓여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돈을 섬기는 제도와 행태, 문화와 관행이었다. 청해진해운이 18년 된 배를 일본에서 들여와 인천-제주 노선에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2009년 선령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는 규제완화를 했기 때문이다. 청해진해운 경영진은 여객선을 수직 증축하고서도 배의 무게중심을 바로잡는 보완 조처를 하지 않았으며 선박 복원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가 고장 났지만 수리하지 않았다. 승무원 절반을 비정규직 단기계약으로 고용했으며 업계 최저 수준의 급여를 주었다. 승무원들은 적정량의 세 배나 되는 화물을 선적했고 대형 화물 컨테이너를 규정대로 결박하지 않았으며 과적을 숨기려고 평형수를 뺐다.
이런 식으로 수입을 늘리고 비용을 줄여 얻은 이윤은 청해진해운과 관련 계열사의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유병언 씨 일가가 편법을 통해 착복한 것으로 보인다. 청해진해운은 당기순이익을 남기지 못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청해진해운이 인천-백령도 노선과 인천-제주도 노선의 여러 선박을 모두 이런 식으로 운항했는데도 현행 법률과 규정에 따른 안전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부정부패 때문이었다. 정부는 해운사의 이익을 지키는 해운조합에 운항 안전조치 감독을 맡겼고, 선박 구조의 안전검사 업무를 한국선급이 독점하도록 했다. 퇴직한 해경과 해양수산부 관료들이 해운조합과 한국선급 등 모든 안전관리 조직과 기업에 취업해 감독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 그렇게 해서 민관을 불문하고 모든 조직과 기관의 안전관리 기능이 마비되었다. 결국 연안여객선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을 진 모든 행위주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팽개친 것이다.
만약 오늘의 50대가 10년 후 지금의 60대와 같아진다면, 오늘의 40대가 지금의 50대와 비슷해진다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지금의 40대와 50대는 한국전쟁 이후 두 차례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수가 아주 많다. 그들이 변화와 혁신을 싫어하는 보수적 또는 과거 회귀적 고령 유권자가 된다면 대한민국은 일본처럼 혁신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언제까지나 물질에 대한 개별적 욕망과 북한에 대한 감정적 증오가 지배하는 추한 사회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40대였다. 그래서 40대 시민들은 그들의 슬픔과 아픔에 더 예민하게 공감하고 공명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세대가 2014년 4월 16일 이후 느꼈던 아픈 연민과 슬픈 공감을 언제까지나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