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미 Sep 13. 2022

인간 욕망의 절정, 사천 케이블카를 타다.

경남 사천 여행기(1) 사천 케이블카


 추석 연휴 마지막 날, 큰아들을 진주에 태워다 주고 그냥 오기 뭣해서 근처 사천에 들러 케이블카를 타보기로 했다.

실은 1박 2일로 남해를 다녀올까 했는데 매스컴에서 또 다른 태풍이 올라온다느니, 많은 비가 내린다느니 하도 겁을 주길래 남해 일정을 다음으로 미룬 터였다.

가는 동안 간이 차 앞 유리에 이슬이 맺힐 정도의  비가 흩뿌리기는 했지만 그뿐, 오히려 날씨는 습기를 머금은 채 햇빛을 가려주는 역할을 해서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사천은 남해갈 때 거쳐가는 길목으만 인식하고 있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얼마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블로그에서 케이블카 탑승기를 보게 되었다. 전국 최초로 바다와 섬, 산을 잇는 꽤 노선이란 얕은 정보 외엔 달리 아는 것 없이 무작정 사천의 케이블카 탑승장인 대방 정류장으로 차를 몰았다.


 연휴 끝자락이긴 해도 휴일인지라 사람이 많았다. 특히 명절 연휴를 알차게 마무리하려는 가족들과 연이어 들이닥치는 몸집 큰 관광버스가 토해내는 끝없는 할머니들의 행렬로 매표소 앞은 북적거렸지만 탑승절차는 비교적 긴 대기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에스컬레이터를  두 번이나 타고 닿은 높은 탑승장엔 바닥이 훤히 보이도록 설계한 빨간색의 크리스털 형과 파란색의 일반 캐빈형 케이블카들이 연이어 도착과 출발을 반복하고 있었다.



 파란색 케이블카를 타고 출발한 순간, 우리 아래로 펼쳐진 남해바다의 장관에 잠시 움찔했던 공포심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

바로 옆을 스치듯 가까이 보이는 삼천포대교와 푸른 보석을 품고 있는 듯 영롱한 바다에 뿌리를 고 있는 크고 작은 섬들, 물 위에 흔적을 남기며 자신의 목적지로 나아가는 배들과 유유자적 떠 있는 낚시터들에 자연은 자신의 몸을 기꺼이 생업전선으로 빌려주고 있었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초양섬에 위치한 초양 정류소였다.

우린 여기서 하차한 후 주위를 한 번 둘러보기로 했다.

정류소 정문으로 내려오자 바로 지척에  배 모양의 전망대가 명물인 듯 시선을 끌었다. 여기 또한 바다로 둘러싸인 경치가 일품이라 연거푸 사진을 찍다 보니 전망대 바로 아래에 재래식 멸치잡이 장치인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관광용이 아닌 생업용으로 사천에만 20여 개 이상이 있다고 한다. 죽방렴 방식으로 잡은 죽방멸치는 몸에 상처도 없고 모양이 고울뿐 아니라 기름기와 비린내가 적어서  비싼 값에 팔려나간다고 하니 그 수고가 헛되지 않아 오래 보존되어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죽방렴

우린 처음 탑승지로 되돌아갈 요량으로 다시 케이블카를 탔는데 안내원이 다음 정류소는 각산 정상이라고 했다. 한 눈에도 거리가 솔찬히 멀어 보이는 각산 정류소는 산 정상 바로 아래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4km 이상 떨어져 있는 해발 408m의 산을 발품 하나 팔지 않고  케이블카로 모셔주는 세상, 인간의 끝없는 개발 욕구에 놀라움을 너머 어지럼증을 느낀 건 비단 산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바람에 흔들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각산 정류장 위 망대에서 바라본  풍경도 장엄했지만 계단을 조금 더 올라가 도착한 각산 전망대에선 사천 시내와 남해 앞바다, 그 너머 한려해상을 수놓고 있는 많은 섬들도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 단 돈 몇만 원으로 이렇게 쉽게 이 아름다운 자연을 눈에 담아도 되는 건지 경이로움 뒤로 왠지 미안함까지 느껴졌다.



 전망대에서 한참을 멍하니 경치를 바라보고 있자니 몇 발 움직였다고 그새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긴 했지만 바야흐로 손과 발을 움직여 여행할 수 있는 계절이 도래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인간의 방해로 그 시기에 변화는 있을지언정 어김없이 물러날 때와 다가설  때를 잊지 않는 자연의 우직함을 그 품 안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출발지인 대방 정류소로 돌아가는 길, 고소 공포증이 있다며 긴장한 남편의 발아래로 어떤 글귀가 적힌 사찰 지붕이 눈에 띄었다.

' 부처님 위로 케이블카 타는 자는 평생 재수가 없다.'

언젠가 뉴스에서  기억이 났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그래서 고3들이 자주 찾는 명소라며 우스갯소리를 언급한 것이 떠올랐다.



 어디서나 빛과 그늘이 있듯 모든 것엔 명암이 있는 것 같다. 막상 아름다운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면 반대했을 나도 이렇게 케이블카를 타고 연신 환호하며 즐기는 걸 보면 인간이란 참 간사한 존재라 아니할 수 없다.

개발이점은 누리면서도 막상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인간의 욕망에 불현듯 두려움이 드는 까닭이다.

너무 사랑하는 대상은 기어이 상처를 내고서라도 고 싶은 인간의 욕심, 그것이 돈이 된다면 말해 무엇하리...


 난 오늘 욕망의 케이블카를 타고 속으론 상처받았을... 하지만 여전히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에 경탄하며 소위 나만의 힐링을 하고 왔다.

작가의 이전글 난생처음 법원에 가다(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