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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Oct 11. 2022

돈키호테, 광기의 모험을 시작하다.(2)

'돈키호테 1부'를 읽고...


 1605년에 출간된 돈키호테 1부는 총 52장으로 구성된 제법 묵직한 두께의 책이다.

원제는 '재치 있는 이달고 라만차의 돈키호테'인데 여기서 '이달고'란 스페인 하급 귀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돈키호테의 '돈'은 존칭을 나타내며 '키호테' 란 원래는 허벅지 안쪽을 보호하는 갑옷 부위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은어로서 '정력'을 뜻한다고 하니 제목에서부터 벌써

성적이고 희화화된 조롱이 느껴지기도 한다.

 

 원에 나오는 돈키호테의 고향 라만차는 구체적인 한 특정 지역이라기보다는 현재 마드리드의 남부지역, 역사적으로는 카스티야 남부인, 안달루시아와의 접경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라만차 지역

 1부의 전체적인 내용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로 돈키호테와 산초의 황당한 모험담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50줄의 이미 쇠락한 이달고인 알론소 끼하노란 인물은 중세 기사도 소설에 심취한 나머지 정신착란 상태에 이르게 된다.

 급기야 자신이 중세 기사가 되어 직접 세상의 불의를 타파하고 약한 자를 도와 정의를 구현하겠다며 편력 기사를 자처하며 모험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던 '돈키호테'로 기사로서의  자신의 별칭을 정하는데,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기사의 위신에 어울려야 한다며 볼품없이 말라빠진 자신의 말과 한때 자신이 연모했지만 말 한 번 붙인 적 없는 어느  시골 여인에게까지 며칠을 심사숙고해가며 각각 '로시난테''둘시네아 델 또 보소'라는 거창한 이름을 지어주고는 홀로 찬양해 마지않는다.




 전체 소설에서는 총 3번에 걸친 돈키호테의 모험이 펼쳐지는데 1부에서는 그중 2번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돈키호테가  홀로 떠난 첫 번째 모험에서는 성으로 착각한 주막에서 가짜 기사 서품식을 치르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서품식을 마친 돈키호테는 주막 주인의 농간에 속아 돈을 비롯해 기사에게  더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데 귀향길에 만난 상인 무리들에게 모험이랍시고 시비를 걸다 된통 매질을 당한 뒤 만신창이가 되어 귀가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돈키호테가 몸을 추스르는 동안 친구인 마을 신부와 이발사는 주인공을 미치게 만든 책들을 자체 검열하여 대부분의 책을 불태워 버린다.

 이를 마법사의 농간으로 여긴 돈키호테는 세상은 여전히 자신과 같은 기사를 필요로 한다며 이번에는 어수룩한 소작농인 산초를, 자신이 모험에서 얻게 될 의 영주로 만들어 주겠다고 꾀어 함께 두 번째 모험에 나서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한 사건을 포함해, 여러 가지 상황들을 자신이

맞닥뜨린 모험이라 착각한 돈키호테와 산초의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여정으로 이어진다.

 때론 운이 좋아 자신이 정의를 실현했다고 자부하는 사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상대방으로부터 몰매를 맞아 몸이 성한 곳이 없는 나날의 연속이다.




 돈키호테 1부에서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모험 중 알게 된 다양한 등장인물들과거사돈키호테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다른 작품들의 내용들을 에피소드식으로 끼어 넣어 액자소설의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혹자들은 이런 산만한 얘기들이 돈키호테라는 인물을 따라가는데 방해 요소가 된다고 지적하며 건너뛰라고 조언하기도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 세르반테스의 방대한 경험과 폭넓은 지식을 간접 경험할 수 있어서 나는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생각보다 그 부분의 내용방대해 책의 두께를 늘이는데 한몫했다는 사실만 빼고는...


 결국 1부의 결말은 돈키호테의 광기를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친구인 신부와 이발사가 주변 인물들과 함께 그를 속여 우리에 가둔 채, 소달구지에 태워 집으로 데려오는 걸로 마무리된다.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모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돈키호테.

자신을 기사라고 착각한 어느 퇴락한 하급 귀족을 통해 작가 세르반테스가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미치지 않고서는 정의를 논할 수조차 없는 그 시대의 분위기를 풍자한 것일까? 아니면 불의와 부당함을 당연시 여기는 그 시대의 자칭 평범한 세상 사람들 눈에,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의를 외치는 돈키호테가 그저 미쳐 보였던 것일까?

판단은 일단 2부를 읽은 후로 유보하기로 하자.


 1부는 그 당시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돈키호테의 인기에 편승한 아류작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급기야 가짜 후속작이 등장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세르반테스가 집필을 서둘러 10년 만인 1615년, 2부를 출판했는데, 심혈을 기울인 탓인지 작가는 책이 출판된 이듬해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1부를 읽고 나니 처음에 느꼈던 부담스러운 마음은 어느새 잦아들고 2부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1부에 비해 작품성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2부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까?

 

 너무나 유명한 고전이기에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막상 완독 한 사람도 많지 않다는 돈키호테...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1부 위주의 파편적인 내용과는 전혀 다른, 더 새롭고 흥미진진한 얘기들과 작품성까지 널리 인정받고  세르반테스의 걸작, 돈키호테 후속 편...

돈키호테와 산초의 세 번째 모험과 함께 그 결말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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