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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Oct 30. 2022

그대는 함께 늙어갈 누군가가 지금 곁에 있는가?

오랜 지인들과의 여행에서...


 10월 중순,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통영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한 창 일할 나이인 3,40대에 동종의 프랜차이즈 학원으로 인연을 맺은 우리는 세월의 숱한 풍파를 함께 겪으며 어느덧 5,60대를 지나고 있었다.


 처음 시작은 어설픈 의기투합으로 뭉친 10명 남짓, 설익은 열정 하나로 시작된 모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느 모임에서 처럼 회원들이 들고 나는 부침겪었고 지금은 더 이상 간을 보며 기웃거리는 이 하나 없이, 남자 다섯에 여자 셋으로 멤버가 고정되면서 서로 알고 지낸 세월 어언 10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 모임이 결성될 시기엔 나름 젊은 혈기로 꽤 열성적이었다. 불성실한 회원은 강퇴시킨다는 제법 엄격한 규칙도 만들고 그 바쁜 와중에도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지며 회비 또한 거하게 걷었다. 

또한 모임의 내실을 다진다며 의미 부여에 열을 올렸고 다양한 진행 방식을 고안하느라 오랜 시간 서로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그러다 모임이 뜻대로 되지 않기라도 하면 이는 어김없이 회의론으로 이어져 이 모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시절도 었다.

그렇게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아옹다옹 다양한 진통을 겪으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을 공유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 우린 코로나 3년 동안 모임을 전혀 갖지 못했지만 희한하게 1년에 한두 번은 모든 회원들의 얼굴을 볼 기회가 있었다. 뜻하지 않게  본인이든 배우자 이든 멤버들의 부모님 장례식 기별이 날아들었던 것이다. 그것도  무려 다섯 차례나... 우린  당시의 코로나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득달같이 달려와 서로를 위로하는 것으로 그동안의 안부를 대신하곤 했다.

비록 마스크에 가려진 반쪽짜리 인사였지만 피붙이조차 볼 수 없었던  팬데믹 상황에서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안부를 묻지 않고 넘어간 해가 없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도 새삼 신기한 일처럼 여겨진다.


 어느덧 함께한 시간이 켜켜이 쌓이는 동안 직업도 다양해져 이제 학원업계에 몸담은 사람들의 수는 반으로 줄어 있었다. 활동분야가 다르면 자연히 소원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아직까지는 오랜만에 만나도 전날 헤어진 듯 친숙한 걸 보니 당분간은 모임의 존재가 지속될 것 같다.


  이번 여행은 각기 달라진 생업 스케줄모임 시간 잡기가 더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매번 모이기가 무섭게 헤어지기 바쁜 짧은 만남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되었다. 적어도 1년에 1번은 시간을 쪼개서라도 여유 있는 만남가지자는 취지로 매년 이어온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여행에 임박해 갑작스럽게 타 업종에 취업을 하는 바람에  낯선 일을 익히느라 참석하지 못한 한 멤버의 불참이 완전체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지만 우린 오랜만에 소풍을 가는 꼬맹이들처럼 이런저런 스케줄을 공유하느라 한동안 한산하던 단톡방이 모처럼 활기를 띠기도 했다.


 바쁜 이들을 위해 코로나 이후 모임 횟수도 1년에 5번으로 줄이고 돌아가면서 모임을 주최하는 걸룰도  손봤다.

이번 모임은 특히 통영 사는 멤버의 수고가 빛을 발할 정도로 맛있는 음식과 멋있는 장소로 실컷 호강하는 여행이 되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환상적인 캬라반에서 푸짐한 해물과 고기를 구워 먹으며 정말이지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과의 낭만적인 캠핑 분위기에 젖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저마다 마음의 문이 무장해제된 듯 평소에는 알 수 없던, 속에 감추어 놓았던 저마다의 고민들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꺼내놓았다.

우리에겐 이미 해결책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아끼고 있던 귀한 선물을 소중한 사람에게 어렵게 내어놓은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모임에 대해 전해 들은 혹자들은 묻곤한다.

중년의 나이에 배우자를 동반하지 않는 남녀 혼성 여행이 가능하냐고? 뭔가 불편하고 불미스럽진 않은 지 색안경을 낀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한다. 지금 그런 모임에 가입하라면 아마 나 조차도 혀를 내두르며 손사래를 쳤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는 세월의 묵직함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일임을 안다. 그러기에 짧지 않은 시간, 함께 버텨준 멤버들이 더 소중한지도 모르겠다.

 

 먹고살기 바빴던 3,40대에, 일에 대한 또 다른 열정 속에서 만난 우리는 세월과 함께 그렇게 영글어 여기까지 왔다.

이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지리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만 별 이변이 없는 한, 사람이 태어나  자연스럽게 나이 먹어가 듯 멤버들과 함께 그렇게 늙어갔으면 한다.

이 모임의 이름처럼 서로의 지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그렇게 남은 시간 또한 함께 했으면... 하고 감히 바래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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