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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Dec 01. 2022

영화 <올빼미>

영화로 본 소현세자의 죽음과 인조


 영화 '올빼미'는 조선 16대 왕 인조와 그의  맏아들인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스터리 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의 모티브는 독살을 연상시키는 인조실록에 기록된 소현세자의 주검을 묘사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1636년 (인조 14년)12월, 병자호란과  이어 어진 1637년(인조 15년)1월, 삼전도의 굴욕 후 항복의 상징으로 청나라의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는 9년 만에 조선으로 귀국한 후 두 달 만에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영화는 독살을 기정 사실화하며 그 과정을 지켜본 소경 침술사 경수(류준열 분)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써스펜스와 미스터리를 가미한 활극 형태로 박진감 넘치게 전개된다.


 그렇다면 앞을 못 보는 소경이 어떻게 살인 현장의 목격자가 될 수 있었을까?

영화는 이 부분에서 <주맹증>이라는 희귀병을 가지고 온다. 경수가 앓고 있는 이 병은 빛이 있을 땐 볼 수 없지만 어둠이 깔려 빛이 사라지게 되면 흐릿하게나마 주변을 식별할 수 있는 특이한 병이다.


 모두가 소경이라고 알고 있는 이의 목격담이라...

사실을 기록한 파편적인 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비범한 상상력과 함께 가설을 기정 사실화함으로써 따라오는 책임을 교묘히 피하려는 감독의 영민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역사의 뒷이야기는 관객들의 몫, 아들의 죽음을 교사했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그 당시 인조를 괴롭혔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인조와 서인 정권은 철저한 숭명반청

 정책을 취하고 있었다. 이미 명나라는 힘을 잃어 기울었고 그 기세를 떨치며 일찍이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청나라는  조선이 생각하는 예전의  오랑캐가 아닌, 군사뿐만 아니라 문화에서도 뛰어난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옛 명분에만 사로잡힌 인조를 위시한 서인 정권은 병자호란에 이은 삼전도의 굴욕으로 청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점, 청나라의 위세를 등에 업고 새로운 흐름을  따르자는 아들이 인조 입장에선 영 반가울 리 없었을 것이다.


 세자에 대한 불편한 심리는 인조실록 곳곳에 나타나기도 한다.



 세자 사후 2달 만에 치른 졸곡제에서도 상업에 능했던 세자를 못마땅해하는 인조의 심기가 내비친다.




 소현 세자에 대한 인조의 반감은 그저 아들에 대한 아버지 개인의 불만만은 아니었으리라. 청나라의 신임을 얻고 있던 소현세자의 왕위 계승은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서인세력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고 친명을 표방하는 나라를 오랑캐 손에 맡기는, 어찌 보면 그들에겐 나라의 국운이 달려있는 중차대한 문제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소현세자의 죽음이 단순한 부자관계의 트러블이 아님을, 어떻게든 그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치적인 문제일 것이라는 확신이 설득력을 얻은 것은 세자 사후, 인조가 행했던 후속조치 때문이기도 하다.


 세자에겐 3남 3녀의 자식이 있었음에도 조선왕조가 기본으로 지켜왔던 적자 승계를 위반해가며 원손이 아닌 둘째 아들 봉림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준 것이며, 손자들을 제주도로 귀향 보내 죽게 한 것도 모자라 며느리 강 씨 또한 왕을 독살하려고 했다는 죄명을 씌워 사약을 내리는 등 아들의 가문을 아예 뿌리 뽑으려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편으로, 소현세자가 청나라 심양에 기거할 때의 생활을 기록한 [심양일기]에서는 세자가 오랫동안 병을 앓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조선으로 귀국한 뒤 병이 겹쳐 사망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는 없다.


 영화 <올빼미>는 상업영화로써 몇 줄의 기록에서 착안호기심에 창의적인 상상력을 덧입힌 후,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로 일단 관객의 흥미를 모으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비록 역사를 대하는 감독의 깊이 있는 시선보단 흥미 있는 역사적 소재 발굴에 더 무게를 둔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급변하는 시대의 한가운데를 살아간 소현세자와 인조를 현대로 소환함으로써, 그 시대를 다시 반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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