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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미 Dec 23. 2022

<재벌집 막내아들> 속 순양과 삼성의 평행이론

인기 드라마를 통해서 본 우리네 현실

 

 요즘  <재벌집 막내아들>이란 드라마가 인기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다. 어쭙잖은 완벽주의로 첫 회를 놓친 드라마에는 아예 눈과 귀를 닫아버리고,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힘든 걸 알기에 웬만하면 시작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남편의 꾐에 빠져 그만  회를 보고 만 것이다. 요즘은 웰메이드 드라마가 많다 보니 일단 보게 되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라도 정주행을 할 수밖에 없기에 애써 외면해 왔는데 그만 그 룰을 깨고 만 것이다.


 이번 주 최종회를 앞두고 있는 드라마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즐겨보는 TV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재벌집 막내아들> '경제'에 초점을 두어 다소 코믹하다루었다.

 이른바 드라마 속 재벌기업인 순양과 현실 속 거대 기업인 삼성을 비교분석한 내용이었다.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삼성을 모델로 했다는 점이 세간에 회자되면서 많은 관심을 는데  프로그램에선 드라마 속 내용을 현실세계의 재벌기업의 모습과 교차시키면서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경제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었다.


 소위 <순양과 삼성의 평행이론> 이란 프로그램 속 코너 제목처럼 누가 봐도 삼성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듯이 드라마 속 순양의 모습은 여러 가지 면에서 삼성을 닮아있다. 프로그램에서는 그 모습을 크게 3가지로 추려 풀어냈다.


 첫째, 사업의 출발은 정미소였다.

드라마 속 진양철 회장이 조그마한 정미소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설정은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마산의 협동 정미소에서 출발한 것과 그 괘를 같이 한다.


 둘째, 장자승계를 원했지만 막내에게 승계한다.

고 이병철 회장이 기업승계에 있어 장자를 고집했지만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국 막내 고 이건희 회장에게 회사를 물려줬다는 점이 드라마 속 진양철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막내 손자인 진도준에게 회사를 승계하려는 의도를 보인 점과 유사하다.


셋째,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갖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회사가 있다.

 마지막으로 꼽은 평행이론은 전반적인 경제적 식견이 필요한 다소 복잡한 내용이었다. 회사의 승계를 위해서 꼭 장악해야 할 자회사인 순양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내용인데 드라마 속에서 자식들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현실 속의 삼성생명으로 유추되는데, 삼성오너 일가에게도 세계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삼성 오너 일가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5.45%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들이 직접 소유한 삼성생명 지분 (19.09)이나 삼성물산을 통해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의 지분(19.34)을 통해 취득한 8.51%와 삼성물산 단독으로 가지고 있는 지분 5.01%를 합함으로써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근래에 이러한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오너일가의 지배구조에 변화조짐이 감지되고 있는데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 법의 개정안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논쟁이 그것이다.

 현행 보험업 법에서는 보험사는 대주주나 보험사의 주식을 총자산의 3% 이하 금액으로만 소유가능한데 문제는 그 기준에 있다.

현행법은 자산을 주식의 취득원가에 두었는데 개정안은 취득 당시의 원가가 아닌 현재의 시가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매수한 1980년대 당시의 가격인 1072원으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이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 비율이 1%도 되지 않지만 개정안의 기준인 현재 시가, 5만 원 이상으로 계산하면 그 비율이 8%를 웃돌아 5% 이상을 매도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내년 보험업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외국으로 넘어갈까 봐 두려워하는 측과 7년간의 유예기간이 있으니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거라는  등 정치권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개정안이 통과될지 유예될지는 내년까지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드라마의 결말은 올해 안에 볼 수 있으니 그 끝이 아쉬우면서도 드라마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드라마의 종영을 앞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우린 색다른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이제껏 기존의 팩트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변화와 응용을 구사하며 드라마가 현실을 뒤쫓아갔다면 이젠  드러날 드라마의 결말이 아직 진행 중인 우리네 현실에 큰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그야말로 통쾌한 역전극이 연출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비롯한 소위 이야기라는 틀 속에는 차마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냉엄한 현실이 약간의 덧칠을 한 채, 때론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스토리 속에 몰입하다 보면 어쩌면 그렇게 외면하고자 했던 차가운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인공 또는 주인공 편이 되어 어느새 그 속에 스며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만큼 수준이 높아지고 까다로워진 독자들을 스토리 안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고통스럽게 잉태한 작가의 창작열을 먹고 자라난 스토리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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