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6 3년후,

꿈작가

by 꿈작가

스토리만 들어도 존경할만한 어른이 생겼어.

그 밑에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도전했어.

전직과 함께 사회에 접어든지 3년.

그 공간에는 존경을 부르는 성숙한 어른들이 있어 배울점이 많았어.

반면 아픈 사람들을 넘어 타인의 아픔을 딛고 자신의 편익을 추구하는 부류도 있었어.

검은 물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억지 웃음을 짓고 있는 광대가 되는 공간이기도 했지.

밤샘 작업 후,

마감기한 내 제출을 위해 시속 180을 밟고 졸음운전을 하다 죽을뻔 하기도 했었어.

그 또한 시한 내 제출하지 못한 나의 탓이었지.

병가를 내 대표님 승인을 받는 과정은 감사하게도 순탄했지만,

누군가는 '코인'이 폭등해서 나간다는 질의를 던지곤 했어.

때론 그들은 자신과 다른 색을 검게 물들이고 싶어 다분히 노력하곤 해.

기승전결이 없는 무의미한 반복된 이간질에 지칠대로 지쳤던 것 같아.

그들 또한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저항이었을테니 이해해.


그렇지만 몸도 마음도 차츰 아파오기 시작했어.

목디스크가 심해져 신경을 누르고, 신경통으로 2년정도 잠을 제대로 못잔 것 같아.

건강을 자부하던 나인데, MRI 결과는 충격이었어.

그 고통의 시간은 버티기가 쉽진 않았어.

나 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도 지켜야하는 시간이었으니까.

희생을 위한 악역이 필요했다면, 분명 선뜻 자처 했을거야.

그럴수록 아픈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했을테고.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서도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은

그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모두의 이야기를 담아왔다는 거야.

나에게는 '미생' 같은 사내 드라마 한편을 완성한 셈이지.

감사한 마음에 소중한 의인들에게는 소정의 선물을 남기고 오곤 했어.


일을 하면 쉬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쉬면 일을 해야한다고 불안해 했고,

돈이 여유있지 않으면 무엇하나 마음편하게 하지 못했어.

마치 불안이로 가득찬 주황색 감정선 같았어.

기쁨이는 꾸며진 억지웃음으로 연기할 수 있지만,

불안은 감출 수 없었어.


그 일상을 오랜기간 반복해 온듯해.

정확히 '돈보다 소중한 가치'를 찾기 전까지.


익명의 커뮤니티에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일상을 살지만, 행복한 글로 가득한 사람들이 있었어.

매일 그들의 일기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하루였어.


그들과 소통하며, 서로에게 글을 선물해주곤 했어.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마음을

써내려가며 서로에게 선물했지.


'인사이드아웃'을 같이 봤던 친구가 물어봤어.

너는 왜 우냐고.

내가 울었던 건 대단하고 거창한 문학적, 예술적 이유는 아니야,

그저 내 어릴적 이야기를 빗대어 보고는,

내 마음이 그시절로 잠시 돌아갔던 거야.

스크린 모서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천장을 보고 눈물을 식히면 다시 돌아오는 짧은 순간이긴 해.


어릴땐 영화관에서 우는게 참 부끄러워서 끝까지 참곤 했어.

그런 내모습이 별로였는지 지금의 나는,

같이 앉아있는 옆친구를 보며, 울다 웃을 수 있어.

캐릭터에 잠시 감정이입하고 있던 것 뿐이니까.


요즘 트렌디한 셀럽들과 팬들간의 손통을 빗대어보면 조금은 이해가 될거야.

팬들은 셀럽의 재능을 볼 수 있는 화려한 무대를 보고 싶어하면서도,

그(그녀)의 오프라인 일상을 보며, 내가 선택한 그(그녀)가 맞는지,

내가 추앙할 만한 셀럽이 맞는지 심층검증하곤 해.

현대사회 소비자들은 힐링 하나를 위해서도 상당히 깐깐하고 똑똑해지거든.


온앤오프의 생애를 모두 보고, 듣고, 공감하고 싶은거야.

그리고나서 찐팬으로 스며들곤 해.

이 또한 돈보다 소중한 가치가 발현되는 단편적인 과정이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재작년,

1시간만에 짐을 꾸려 홀로 다녀왔던 제주도가 생각이 났어.

시간이 부족해 3박4일이란 시간동안 제주도를 한바퀴 다 돌기위해,

열심히 운전하고, 뛰어다니고, 기록을 남기고 다녔었어.

사진은 수백장, 메모장은 수십장,

해안로를 타고 달리다 생각에 빠지면 차를 멈추고 글을 써내려 가곤 했어.

그 때 몸이 가장 아팠어서 그런지 참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


언젠가 다시 제주도로 가기로 다짐했어.

그때는 회복해서 행복을 만끽하러 가겠다고.


아직 회복은 하지 못했어.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아픈데,

그땐 통증보다 쎈 감각인,

행복감이 있을거라고 믿었나봐.


최소 한달이라,

자차를 배에 선적해서 가기로 했어.

생필품, 상비약, 옷가지, 신발장, 침구까지 만반의 준비를 했지.

영상기록을 위해 디지털카메라를 급하게 사서 익히고,

전주->목포->진도를 거쳐 배를 타고 제주항에 도착했어.

정해진 계획도, 시간제한도 없는 자유여행이었어.


한바퀴 돌때는 모든 순간의 의미를 남기려 혈안이었던 같아.

섬을 시계방향으로 한번 돌며, '네비 지도'를 꼼꼼히 색칠했어.

두바퀴 돌때는 의미를 두기 보다는 익숙함에서 오는 힐링이 필요했어.

반시계 방향으로 한번 돌며, 육지에 온 지인들을 가이드해주기도 했었어.

마지막으로 한라산 둘레를 타고 내려가 서귀포에 멈췄어.

사흘간은 정방폭포 외곽 외딴 벤치에가서 혼자 생각만한 것 같아.

이제 육지로 돌아갈 때가 된걸까?


사흘째 우연히 지나던 이중섭 스튜디오 앞에 '무료관람' 피켓이 있길래 들어가 봤어.

서브작가님이 미술작품전 마지막 날이라 안내해주셨고,

메인 작가님이 직접 '도슨트'를 진행중이셨어.

텐션 높은 외국인 고객과 한동안 대화를 이어줬을 뿐이지만,

바쁜 날이었던 작가님에게 조금 도움이 된 것 같아.

작가님들이 서귀포 중문 모임에 초대해주셨어.

서귀포 예술의전당에도 초대해주셔서, 연주회에 다녀오곤 했지.


제주에 연고가 생겼다는게 이곳에 머무는데 큰 힘이 되긴 했지만,

한동안 정착할 명분이 생기는 계기에는 못 미쳤어.


결국, 재작년부터 SNS로 염탐만 해왔던,

제주살이 선배님에게 용기를 내 문자를 보냈지.

시간이 많이 흘러 기억은 못하시지만 성심성의껏 조언해주셨어.

여러 정보를 주고 받았지만, 결론은 간단했어.

그저 재밌는걸 하래.


그럼 재작년에 재밌는 추억을 줬던 장소로 다시 가보자.

새로운 모험이 펼쳐질 수 있으니.

마지막 동선은 스스로 정하는게 맞겠지.



사건을 시간 흐름대로 옮겨적는 기행문은 자칫 지루할 수 있어서,

작은 메세지라도 남길 수 있도록 억지로 각색을 해서 썼던 것 같아.

그냥 이 말을을 길게 풀어 쓴거야.


아픔을 이겨낸 사람들은 보다 성숙해지고,

소중한 누군가가 그 아픔을 반복하지 않길 바라게 돼.

나 역시 누구에게도 그 아픔이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가감없이 썼어.


약속의 10년이 경과하고도 벌써 2년이 지났어.

여전히 내 자아는 완성되지 못했고, 꿈도 이루지 못했지만,

보다 소중한 행복들이 찾아왔어.


제주&육지에서 함께 행복을 찾아줬던.

빛이나던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글을 연재하기로 했어.

너희가 써내려간 일기장이고,

너희가 이 글의 주인공이야.



3년 후, 한 장 일기장을 다시 써봤어요.

사실 타인에게 일기장을 보여준다는게 참 쉽지 않잖아요.

수필, 에세이 등 일기를 풀어쓸 때에도 꾸미거나 각색할 수 밖에 없지만,

보다 사실에 입각해서 타인과 교류하면,

다음 번 일기에서는 '기대효과'를 통해서라도 성숙해지고 성장하지 않을까 해서요.

자체 각성제를 투여하는 기분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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