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
근래 마음과 감정이 소란한 상태로 지내다 보니,
작고 사소한 사건들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아이들을 키우며 절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자신의 기분을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나는 나의 감정에 따라 아이들과 남편이 휘청거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운동을 하며
나를 최적화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생하는 방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이 세상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은, 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건들은 나의 감정과 생각을 힘차게 흔들어 놓는다.
감정과 생각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유기체처럼 맞물려 움직인다.
내 뇌도 누구와 다를 것 없이 인간의 그것이기에,
어떤 일련의 사건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분노하고, 복기하고, 슬퍼하고, 항변하고, 이해하려 애쓰고, 연민하기까지.
나는 타인에게 받은 상처를 집어삼키고, 꼭꼭 씹고, 그 질감을 음미하며
밑바닥 심연까지 내려가야만 비로소 올라올 수 있는 인간이었다.
나는 느린 사람이다.
상처에서 회복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 질기고 긴 시간 속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여리고 귀한 생명들이 상처를 받았다.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감정은 아래로 흐르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전혀 다른 곳에 있는데,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맑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나의 불안과 감정을 투사하는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내가 나인 것처럼
그들도 그들이고
이 아이들은 이들인데…
왜 나는 그걸 구분하지 못하고
항상 실수를 한 뒤에야 속절없이 미안해지는 걸까.
왜 사람들은 감정의 방향을 바로 보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걸까.
아침부터 딸아이의 눈에서 눈물을 뽑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온 내가, 참 수치스러웠다.
“엄마가 미안해… 너랑은 상관없는 일인데,
엄마가 불안해서 괜히 길게 말했어.
너는 그만하라고 했는데,
엄마는 마치 네가 엄마에게 상처라도 준 것처럼
속에 고여 있던 말들을 계속 쏟아냈네.
엄마가 정말 잘못했어…”
아이도 나를 껴안고 울었다.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진심으로, 미안했다.
방향이 잘못되었다.
감정의 방향이, 사고의 방향이,
모두 잘못되었다.
삶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그럴 땐, 조율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다.
항상 고귀한 것에 대해 생각하고
가장 연약한 것을 고려하여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만 덜 다치고,
서로 연결된 채로 살아갈 수 있다.
고개 숙여 나를 들여다보았다면
이제는 얼굴을 들어 세상을 봐야 한다.
상처투성이여도, 너덜너덜 해져도,
깨지고 굴러 손발이 사라져도,
마음만 남아 있다면,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버틸 수 있다.
이기고 지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결국 버티는 것이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