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른 사이, 『어린이는 멀리 간다』를 읽고

어린이는 멀리간다 _김지은 지음

by 친절한다정씨


어린이는 멀리간다. 김지은 지음



어린이는 멀리 간다 _ 김지은 지음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나는 어린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돌아본 적이 있다.
어리고 작다는 이유로 무심코 만들어낸 편견,
그로 인해 어린이를 종종 무시했던 마음을 반성하게 된 시간이었다.

그 기억 때문에, 김지은 작가의 『어린이는 멀리 간다』를 집어 들었다.
혹시 비슷한 결의 책일까 하는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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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 대한 새로운 시선

우리 집에도 날마다 자라는 어린이들이 있다.
늘 곁에 함께하다 보니 때로는 잊는다.
그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주체임에도,
무심코 돌봄 받아야 하는 수동적 존재로만 바라보는 순간들이 있다는 걸.
그래서 어린이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필요했다.

막상 책을 읽고 보니, 두 책은 결이 달랐다.
『어린이라는 세계』가 어린이의 존엄성과 주체성에 대한 기록이라면,
『어린이는 멀리 간다』는 어린이의 권리, 제도적 장치,
그리고 그림책 속 묘사들을 통해 어린이의 성장에 필요한 마음과
정책적 방향을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결이 다른 두 권을 함께 읽으면서,
단순히 인식의 개선을 넘어 ‘정책적 변화’까지 고민하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어린이를 지켜야 하는 어른으로서
어떤 태도와 신념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었던
유의미한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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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수집과 생각의 단상

“혈연 가족 중심의 끈끈한 유착은 내 아이에게 꼭 좋은 일이기만 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57p)

나 역시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크게 두었던 가치는 독립과 자유였다.나와 남편 모두, 어린 시절 가족의 기대와 책임감에 눌리며 자랐기에 우리 아이들만큼은 자유롭게, 스스로의 길을 날아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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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는 슬픔과 아픔을 어떻게 말할까…” (64p)

아이들은 말 대신 어깨로, 발길질로, 젖은 눈빛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그들의 언어를 번역해 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감정을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면 해소되지 못한 찌꺼기들이
언젠가 비극적으로 터져 나오고 만다.
아이들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자유와 기회를
우리 어른들이 열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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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저마다 작은 겨울의 어딘가를 통과하고 있다…” (50p)

성장은 늘 시련과 함께 온다.
그 겨울을 혼자가 아니라,
곁에서 따뜻한 불빛이 되어주는 어른이 있다면
아이들은 조금 덜 춥게, 조금 더 단단하게 자라날 수 있다.
나는 친구는 되지 못하더라도
그 불빛 정도는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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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생각한 것보다 더 비좁은 틈에
광대한 빛의 광장을 숨기고 있다…” (139p)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다.
지식을 쌓는 도구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과 생각이 존재함을 배우는 길로서.
그 과정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비추어 보고,
때론 위로할 수 있는 인간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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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쓰여 있는 것을 통해
쓰이지 않은 것을 생각하는 일이다…” (142p)

책 읽기는 단순히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는 일이 아니다.
함께 읽은 순간을 마음에 담고,
나와 다른 인물을 상상하며,
보이지 않는 의미를 짐작해 보는 일이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키워
결국 나보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기를 바란다.
책이야말로 어린이를 ‘멀리 보내는’ 가장 큰 날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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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한다는 건 어린이가 스스로 도달하기엔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노력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더 넉넉한 고요 속에서 키울 수 있다…” (197p)

어린이가 어떤 소리에 둘러싸여 있는가는
영양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집 안의 소음을 줄이고, 도서관과 공원에서
고요를 경험하게 해주는 일.
그 순간이 아이의 집중력과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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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어린이는 멀리 간다』는,
아이를 기르는 부모로서, 또 어른으로서
어린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하게 하는 책이었다.

나는 이제 조금 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멀리 간다.
그러니 어른인 우리는, 그 길 위에서
빛과 고요, 자유와 언어를 물려줄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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