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거짓말

오지 않은 상장

by 친절한다정씨



"엄마, 나 내일 학교 안 가고 싶어… 이제 바다그리기 대회도 안 나갈 거야… 으앙."

누나 지원은 최우수상을 그림대회 시상식에서 직접 받아왔다. 상장을 학교에 제출했고, 그 상장으로 교장 선생님께 전교생 앞에서 상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지호는 우수상을 받았음에도, 등기로 오기로 한 상장은 끝내 도착하지 않았다. 결국 누나만 학교에서 상장을 받게 된 것이다.

개학 전날, 주최 측은 “등기 비용을 계좌로 이체하면 발송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개학 후 일주일이 지나도 등기는 오지 않았다. 다시 연락을 하자 “오늘 발송합니다”라는 문자가 왔다. 하지만 그것도 거짓말이었다. 한 주가 더 지나도 상장은 끝내 오지 않았다.

지호는 상처를 깊게 받았다. 평소라면 잠들었을 시간이었지만, 아이는 쉽게 잠들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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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야, 바다그리기 대회 때 대상이랑 최우수상만 시상했지?"
"응."
"학교도 같아. 대상이랑 최우수상만 수상하는 거래."
"정말??"
"응. 지호가 상장이 안 와서 교내 방송을 못 가는 게 아니라, 너희 학교에는 대상이 없고 최우수상만 있어서 누나만 받는 거야."
"그래? 그럼 조금 덜 억울하네… 흑흑."

"그치, 억울할 수 있어. 오늘까지만 슬퍼하자. 다음엔 더 노력해서 최우수상, 대상도 받아서 교내 방송에서 상 받아보자."

씩씩거리던 지호는 훌쩍이며 말했다.
"내가 상 다 받을 거야! 내년엔 대상 받아서 나 혼자 상 타러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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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이 오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가 받은 상처가 작다고 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 지호는 조금씩 진정했고, 결국 훌쩍거리며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학교에 등교하며 나는 말했다.

"지호야, 억울하면 더 노력해서 다른 걸로 보여주는 게 진짜 복수고, 성장하는 길이야. 알았지?"

"응, 엄마. 나 내년엔 더 잘할 거야. 근데 엄마, 태권도에서도 1등만 상 주고 칭찬하더니 학교도 그렇고 바다그리기 대회도 1등이랑 2등만 기억해. 치사해."

"맞아. 하지만 엄마는 지호가 몇 시간 동안 앉아서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완성한 걸 기억해. 너의 노력과 끈기를 엄마가 칭찬하고, 아빠도 응원하잖아."

"응!! 다음엔 내가 더 잘해서 꼭 보여줄 거야!"
"좋아 좋아! 우리 지호 진짜 씩씩하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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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상은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일 투성이다.
그럼에도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걸 아이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먼저 낙관의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긍정과 성찰로 삶을 이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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