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여성 글쓰기 수업을 신청하면서 지정 필독서인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와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를 읽었다.
강좌의 목표는 두 권을 통해 나와 내 어머니, 여성으로서의 삶을 반추하며 글을 써보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이를 악물고 두 권을 다 읽었지만, 결국 강좌는 듣지 못했다.
겉으로는 "딸 때문에 상황이 안 됐다"는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연이은 공모전 낙방으로 자신감이 무너져 버린 탓이 크다. 늘 그렇듯 두려움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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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이 책은 동화와 고전을 오가며 남성성과 여성성의 해석을 풀어낸다.
문체가 비교적 쉬워 가독성이 좋고, 분량도 얇아 부담 없이 읽힌다.
작품 속 여성성이 어떻게 고착화되고 편견으로 이어지는지를 지적하면서, 다른 시선과 해석을 통해 우리가 바꿔 나가야 할 성 인지를 환기한다.
솔직히 말해, 지정 독서가 아니었다면 손에 들지 않았을 책이다. 그렇다고 저자의 사유가 얕거나 책의 완성도가 부족한 건 아니었다. 단지 내 취향과 맞지 않았을 뿐. 하지만 한 번쯤은 읽고 지나가도 좋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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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하재영 작가의 책은 전혀 달랐다. 읽는 내내 몰입했고, 공감하며 흔들렸다.
책은 어머니와의 인터뷰, 그리고 그에 대한 저자의 사유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딸로 자라온 입장에서, 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친정 엄마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었다.
작가가 겪은 차별과 폭력이 내 경험과 겹쳐 보였다.
발레를 하며 강사에게 외모와 신체로 정서적 학대를 받았던 이야기,
이별을 고했다는 이유로 스토킹과 폭언에 시달렸던 경험,
그로 인해 PTSD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며 살아간다는 사실.
그 모든 서술은 진실성과 진정성이 묻어났고, 그래서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이야기가 지닌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책 속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대목이 있다.
> “어떻게 자존감을 지킬 수 있었어?”
“책을 읽으면서.”
엄마의 이 대답은, 책 읽기와 쓰기가 모멸감·소외감·소멸감을 견디게 했다는 고백이었다.
또한 "힘든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어?"라는 질문에 엄마가 답했다.
> “살아가는 거야. 극복하는 게 아니라.”
상처가 있어도 그냥 살아내는 태도. 그 문장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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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리에서
타인의 상처를 보며 나는 종종 공감과 위로를 건네려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했다.
그들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왜 내가 필요하다고 착각했을까?
왜 타자의 상처와 나의 상처가 같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허락받지 않은 섣부른 공감과 선의의 말은, 오히려 비난과 비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는 그 사실을 기억하며 조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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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들여다보고, 기억하며, 달라질 방법을 찾고, 글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그것이 삶이고, 또 여성으로서 거듭 나아가는 길이라 믿는다.
이 책들은 그 믿음을 다시 확인시켜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