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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Jan 12. 2023

곶감으로 고명 올린 따뜻한 단호박 죽의 위로

따뜻함을 팝니다 #1 

 “오늘은 음식 배송 넣지 말아 주세요. 어머니 상중이라서요”


  작은 반찬가게를 열고 20집만 주문받던 꼬꼬마 시절이었다.

 감사하게도 가게를 문연지 얼마되지 않아 20집 주문이 마감되어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았다. 여력이 되지 않아 20집 반찬도 겨우겨우 만들어 내던 시절 “집에 아픈 어머니가 계신데, 제가 일을 해서 음식 준비가 어렵습니다.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고 하셔서 꼭 주문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화를 주신 손님의 말씀을 그냥 듣고 지나칠 수 없었다.

  ‘나중에 우리 엄마가 아프면 나도 저 손님처럼 엄마를 정성으로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일을 하며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드실까’라는 연민의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여력이 되지 않았지만 추가 주문을 받고 아픈 어머니와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더욱 음식에 정성을 들였다.

 가끔 우리 가게가 있는 상가 근처 아파트에 사시는 손님이 아픈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 다니시는 모습을 뵈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따뜻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손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나도 가슴이 먹먹한데, 그 손님은 어떤 마음이실까 ‘라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었다. 어떤 음식으로 위로를 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속이 편한 단호박 죽을 해드리기로 했다.






                                   단호박 1개(400그램)

                                            설탕 2숟가락

                                           소금 반숟가락

                                               물 500ml

                                           찹쌀풀 3숟가락

                                               곶감 1개





‘어차피 단호박 껍질을 벗겨 낼 건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단호박을 베이킹소다로 깨끗하게 씻어낸다. 단호박 껍질을 벗겨내지 않으면 초록색 단호박죽이 되므로 노오란 속살이 보이도록 단호박 껍질을 모두 벗겨낸다. 딱딱한 단호박 껍질 벗기는 일이 단호박 죽 만들기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단호박을 4 등분해서 엄지와 검지에 힘을 주고 단호박 껍질을 모두 벗겨내면 노오란 단호박 속살이 드러난다. 속에 있는 씨앗을 모두 제거하고 숭덩숭덩 잘라서 냄비에 넣는다. 단호박이 자작자작 잠길 정도로 물 500그램을 넣고 10분 정도 단호박을 삶아 준다.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로 끓여준다. 젓가락으로 단호박을 찔러보았을 때 젓가락이 쑥 들어가면 잘 익은 것이다. 무른 단호박에 설탕 두 숟가락, 소금 반숟가락을 넣고 도깨비방망이라고 갈아준다. 찹쌀가루 3숟가락과 물 3숟가락을 섞어 찹쌀가루를 게어주고, 곱게 갈린 단호박 죽과 함께 썩어 잘 저어준다. 단호박 죽이 보글 조금 있다가 또 보글 하면 냄비가 눌어붙지 않게 잘 저어 5분 정도 더 끓여주고, 냄비 뚜껑을 닫는다. 냄비 뚜껑을 닫아 5분 정도 뜸을 들여주면 끝이 난다. 뜸을 들이면 찹쌀 풋내도 없어지고 더 깊은 맛이 난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 맛이랄까.


 단호박 죽 뜸 들이는 동안 냉동실에 아껴두었던 곶감을 꺼낸다. 일 끝내고 들어와 냉동실에 얼려둔 곶감을 접시 위에 올려두고 샤워한 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살짝 녹은 곶감을 먹는 게 삶의 기쁨인데, 상주에서 온 귀한 곶감을 꺼내 얇게 돌돌 말고 썰어서 단호박죽에 예쁘게 올렸다. 오늘 더 귀한 곳에 쓰여지는 곶감에게 고맙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를 썼다가 지웠다가 반복한다. ‘너무 딱딱하지 않지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라며 글 솜씨가 없는 나를 원망하다가 ‘식사 거르지 마세요’라고 적고 단호박 죽과 함께 손님 댁에 올려다 드렸다.


가게로 내려오는 길,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같이 살지 않지만 엄마가 아프기 전에 꼭 같이 살자고, 그리고 산책도 많이 하자고 사랑 고백을 하는 큰딸에게 엄마는     



“바쁘니까 끊어”     



역시 거친 우리 최여사님.

너무 뜬금없이 사랑고백이 이어지니 우리 최여사님께서 많이 놀라셨나 보다. 다음에는 좀 더 계획적으로 사랑고백을 해보아야 하겠다. 우리 최여사님에게 전하지 못한 사랑고백은 다음 기회에.     


평소에도 자주 전화해서 엄마에게 사랑 고백하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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