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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Jan 13. 2023

퇴사 후 무너지는 자존심을 지켜 줄 페라가모 구두

나이 마흔에 진로 고민이라니 : 40세 아줌마 창업 성공기 #1

퇴사 후 전 직장 동료들과의 만남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그녀들의 사회적 지위에 반응하는 내 마음이 너무 옹졸해서 스스로 참을 수가 없다.      


“우리 언제 만나?”

“애기 때문에 시간이 안 나네”   

  

“주말에도 바빠?”

“남편한테 말해보고 알려줄게”   

  

아이를 핑계로 만남을 미루고 싶었지만, 기어이 약속을 받아내는 그녀. 하지만 그녀 없이는 수년간 회사에서 함께 해온 그녀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가기 어렵기에 그녀의 추진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모두 미스이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의 시간을 전적으로 우선시해주는 고마운 그녀들이다.      


만나는 날은 12월 29일 토요일로 결정되었다.

그리하여 12월 22일 토요일에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명동 롯데백화점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도착한 명동 롯데. 코로나가 끝나가나 보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명동에 다시금 찾아왔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뚫고 재빠르게 나아가는 40대 아주머니. 40대 아줌마와 명동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명동역 개찰구를 빠르게 빠져나가 곧장 명동 롯데백화점으로 향했다. 명동 롯데백화점 2층에 들어서자마자 “바라 펌프스 블랙 유광 235cm 주세요” 이렇듯 철저한 준비성과 빠른 결단력을 요하는 이유는 남편에게 걸려오는 전화 때문이다. 오늘도 어김이 없다.    

 

“여보 언제 와?”

“왜”

“귀염둥이가 엄마 언제 오냐고 물어”



시원하게 남편 농협카드로 긁어줬다. 연말정산만 아니면 내 카드로 긁고 싶었는데 아쉽다. 남편에게 쇼핑하는 민낯을 들키는 일이 유쾌한 부인이 있을까 싶다.




직장인이던 시절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옷을 갖춰 입으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당시엔 페라가모 구두를 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회사에서의 신분이 나를 말해주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나를 말해 줄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나를 말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로 했다. 그것이 40세, 아이 학교, 학원 픽드롭이 제일의 우선 일정인 초1을 키우는 경단녀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페라가모 구두인 것이다.     


그녀들을 만나기 하루 전,  “제기랄”


내일 폭설 주의보란다.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나가야 하는데, 폭설 주의보라니.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내 자존심을 좀 지켜주실 순 없으셨을까. 그래도 기어이 폭설을 뚫고 새로 산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모임에 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들은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회사 일은 힘에 겨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의 성장을 간절히 바랐기에 고군분투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괴로웠다. 아니 안도감이 들었다. 짜내고 짜내 더 이상은 쥐어 짤 수 있는 성실함이 없어 포기했던 나의 전 직장. 그곳에서 여전히 그녀들은 성실함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추위를 감추고 있는 음흉한 내 발등


실은 사려 깊은 그녀들이기에 일부러 회사생활의 어려움만 이야기한 것을 나는 안다. 직장을 잃은 나를 위로하기 위해.     


‘에이씨 그냥 운동화 신고 갈 걸’


이런 내가 한없이 부끄럽다.

이토록 품위 없는 나라니.

뒤늦은 깊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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