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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Nov 01. 2023

알바하는 엄마들_ 마티즈부터 아우디까지

오후 2시, 그녀들이 온다.


마티즈, 아반떼, K5, 싼타페, 그랜저, 아우디까지

30대부터 50대까지

외동딸부터 아들 셋까지

그녀들은 다양한 스펙을 지녔다.

 

그녀들, 바로 우리 가게에서 정기구독 식사 배송을 해주는 엄마 배송기사님들이다. 다양한 스펙의 그녀들은 모두 본인 차량 트렁크와 뒷좌석에 우리 가게 에코백을 싣고 배송을 떠난 후 손님들 댁 앞에 에코백을 두고 사진을 촬영한다. 그러면 우리 가게에서는 손님들에게 댁 앞에 식사가 배송되었다는 사진과 함께 오늘의 요리 식재료를 어디에서 구입했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데워드셔야 하는지, 또 얼른 귀가하여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시라고 메시지를 드린다. 배송 사진 발송은 쿠팡맨 배송에서 착안을 했다. 쿠팡맨의 배송 문자가 오면 안도와 기대가 생겼기 때문에 우리 손님들에게 안도와 기대를 보내드리고 싶었다.


여하튼, 이렇게 식사 배송을 도와주시는 고마운 배송기사님들도 여러 모습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배송기사님은 20대 청년으로 손님들의 소중한 식사가 담겨있는 에코백을 현관 앞에서 발로 밀어 배송했다가 손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손님이 크게 불만을 표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나 죄송하던지, 그날로 다시 찾아가 식사를 교체해 드렸다. 그 청년은 일하는 한 달 동안 지각과 당일 결근도 여러 번, 취업을 했다며 다음날부터 못 나온다는 통보를 받아야 했다. 그때마다 나를 살려준 분들은 엄마 기사님들이다. 엄마 기사님들은 아이들 귀가까지 시간이 남는다며 추가되는 배송요청도 담당해 주셨고, 아이와 함께 먹는 식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식사가 담겨있는 에코백을 귀하게 다뤄주셨기에 음식물이 새는 사고 한 번이 없었다.  


우리 가게는 당일 조리한 음식을 다음날 다시 판매하지 않기 위해 선주문을 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당일 조리 후 남은 음식은 모두 함께하는 주방이모님들과 배송 기사님들에게로 돌아간다. 주방이모님과 배송 기사님들 대부분이 엄마들이기 때문에 오늘 저녁식사 걱정 덜었다며 정말 고마워하셔서 음식을 드리는 내 손이 민망해질 지경이다.  하지만 20대 청년은 저녁 약속이 있다며 음식을 거절한 적이 많아 그 또한 내손이 민망하였다.


차량, 연령, 자녀수 모두 다르지만, 그녀들이 알바하는 목적은 같다. 바로 자식들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어 알바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30대 엄마 기사님은 2시부터 4시까지만 알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이가 4시에 하원하기에 적은 시간만 알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적게 일해서 받는 알바비가 얼마 되지 않지만, 알바비로 하원 후 아이와 간식을 사먹는다고 했다.

재취업 준비 중인 40대 엄마 기사님은 일을 쉬는 동안 중학교 아들 학원비라도 벌기 위해 알바를 한다고 했다. 본인이 일을 쉬는 동안 아이 학원을 끊을 수 없으니 말이다.  

결혼 후 한 번도 일을 해보지 않았다는 50대 엄마 기사님은 막내아들 대학교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기 위해 알바를 한다고 했다. 요즘 대학교 학비가 왜 이렇게도 비싸냐며 불만이었지만, 자식이 학비 때문에 휴학을 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우리 엄마를 생각해 본다.  나는 못 배웠지만, 너는 배워야 한다고 했다. 내가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누구보다도 기뻐하며 100만 원 보태주던 엄마다. 딸이 학비 때문에 휴학할까 봐 대학교 학비를 내는 날이면 그렇게도 아빠를 들들 볶던 우리 엄마. 두 딸들 학자금 대출 없이 졸업시킨 게 인생에서 제일 뿌듯한 우리 엄마다.

엄마가 된 나 역시도 우리  영어, 미술, 바이올린, 수영, 발레학원에 보낸다. 내 옷 하나 안 사 입고 말지. 파마는 다음 달에 하자며 말이다.


내 아이에게 많은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은 엄마들의 바람이 우리 가게로 엄마 기사님들을 보내주었다. 감사하고 감사한 우리 가게 엄마 기사님들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 우리 가게는 잘 되어야 한다. 우리 가게 30대 엄마 기사님의 4세 딸아이를 대학교까지 보내려면 말이다. 때문에 가게 일에 더욱 매진할 것을 다짐하며 전의를 불태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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