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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Nov 16. 2023

수능날의 배움 _ 말랑말랑한 찹쌀떡에 호두가 들어있다.

2023년 11월 16일, 2024학년도 수능일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능시험을 치르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님에게 좋은 소식이 전해지기를.


어제는 가게 손님분들 중 수험생이 있는 댁에 응원 메시지와 함께 찹쌀떡을 보내드렸다. 주 3회 정기적으로 식사배송을 하다 보니, 손님댁 중 어느 댁에 수험생이 있는지 훤히 알고 있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고, 또 그냥 넘어가기 싫었다. 마음을 다해 힘찬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수능날 도시락에 꼭 우리 가게 메추리알장조림을 넣어달라고 주문한 수험생 따님도 있어 메추리알장조림도 보내드리고 찹쌀떡도 보내드리고, 작은 정성이지만, 손님들이 "감동이다. 응원해 줘서 고맙다" 해주시니 준비한 우리 가게 식구들도 참 기분이 좋았다지.



찹쌀떡 선물을 하기 위해 동네 유명한 찹쌀떡집으로 향했다. 수능전날 찹쌀떡을 사러 가니 한참이나 기다려 찹쌀떡을 살 수 있는 다소 당연한 전개.


찹쌀떡 6개 9천 원, 10개 15,500원, 20개 30,000원, 25개 37,500원 세트의 찹쌀떡들이 박스채 쌓여있었고, 손님들마다 1개, 2개, 내 바로 앞 손님은 무려 100개를 사갔다. 바로 앞 아저씨보다 1분만 일찍 왔어도 이렇게나 많이 기다리지는 않을 텐데라는 간사한 마음이 일었지만 이내 반성 했다.

자자, 기다리는 동안 찹쌀떡집 여기저기를 살피며 이렇게나 인기 있는 비결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접근성(위치) 상

패키지 구성 상

청결도 중

편리성(주차)

직원들의 친절도 하중의 하하하하(웃음으로 대신한다)


애데렐라의 삶은 시간이 생명인데, 30분 넘게 기다리고 있자니 go and back의 내적갈등이 최고조 되었을 무렵 다행히 찹쌀떡 100개의 주인공 아저씨가 찹쌀떡 박스와 함께 사라지시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찹쌀떡을 손에 넣었다. 이제 제일 중요한 맛을 평가할 시간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한입.

뽀얗고 말랑말랑한 찹쌀떡을 한입 베어 물고 끈적끈적한 떡의 식감을 느끼고 있는 사이 고소한 호두가 '나 여기에 있어 :)' 하며 인사를 하지 무언가. 


그래, 갖가지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맛에 있어 최고점을 받았으니, 인기가 있는 것이로구나. 역시 음식점은 맛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구나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찹쌀떡집의 본래 이름은 00 빵집이다. 빵집에 걸맞게 여러 종류의 빵을 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찹쌀떡이 제일 잘 팔리고, 그래서인지 찹쌀떡만 여러 세트로 구성되어 있고 전국택배를 하고 있다.


그렇지, 성심당 하면 튀김소보로, 풍년제과하면 초코파이 아니겠는가? 대게 사람들은 가게의 대표 메뉴로 그 가게를 기억한다. 그리고 고민할 것도 없이 대표메뉴를 구입한다. 위 찹쌀떡집도 찹쌀떡이 유명하여 떡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빵집이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당연히 찹쌀떡을 사 왔다는 이야기.


우리 가게도 여러 음식이 있지만 유독 반응이 좋았던 음식 하나를 밀키트로 만들어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전국택배를 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가게를 이용해 주신 손님분들이 맛있게 드셔보신 음식이니, 전국에 있는 친척, 친구분들께 선물로 많이들 보내주신다. 또 드셔보신 분들이 재구매하거나, 그분들의 친척분들께도 선물을 해주셔서 체험단이니 검색광고니 하는 어려운 홍보과정을 따로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주문이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우리 가게의 대표메뉴에 정성을 쏟고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하겠다. 우리 가게의 대표얼굴이고 누군가는 묻지도 않고 구입을 할테니 말이다.


초보사장은 수능날에도 찹쌀떡 하나로 장사에 대해 배운다. 배움이 가득한 세상이다.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배워야지.

평생교육이라 하지 않던가.



아무튼 수험생 여러분 끝까지 힘내서 시험 잘 보고 하루종일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계신 부모님들을 꼬옥 안아주세요.


에필로그) 워낙 배움이 느려 뇌가 귀엽다는 이야기를 들은 저입니다. 서울대를 졸업하여 4급 서기관을 하고 있는 친구 선이는 제 고등학교 단짝이에요. 고등학교 시험일이면 그 친구는 한자 1 과를 10분 만에 외워내곤 했어요. 저는 깜지쓰듯 한자를 한 자 한자 모두 써가며 외웠기에 2시간이 걸렸죠. 선이는 "너는 공부하는 게 너무 귀엽다"며 웃으며 말해주곤 했어요. 어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우반에 들어갔는데, 그 우반에서는 매번 꼴등을 하던 저였습니다. 반친구들이 제 뇌가 귀엽다며 놀리기도 했는데, 기분 나쁘지 않고 재미있었어요. 어떤 친구는 얼굴이 귀여웠고, 어떤 친구는 성격이 귀여웠고, 또 다른 친구는 냄새가 귀여웠거든요. 다들 부족한 부분을 귀엽다며 놀려대곤 했죠. 서울대를 졸업한 우리 남편은 "우리 딸은 얼굴은 날 닮고 머리는 널 닮았어. 최악의 조합이야"라고 합니다. 딸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며 글을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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