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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Nov 18. 2023

5만 원으로 담그는 김장김치

김장날의 배움

김장의 계절,

들어는 보았는가? 항암배추?

* 항암배추는 배추와 순무를 교배해 만든 암탉배추를 말한다.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항암배추라는 별명이 붙었다. 줄기 부분에 주홍빛 돌고 일반배추보다 아삭거리는 맛이 특징이다. <네이버>


소백산맥 줄기아래 자리 잡은 그곳에서 항암배추가 자란다. 항암배추를 갈색 대야에 절여 양념을 바르기 시작한 시각 새벽 5시. 400 포기의 김장김치 담그기 시작. 항암배추를 문수산 약수로 절이고 강릉바닷바람으로 말린 코다리 육수내서 담그는 노련미 넘치는 최저령 65세, 최고령 71세 어머니들은 일사불란하게 김장김치를 마친다. 올해는 우리 가게에서 사용하는 김치까지 담그느라 스케일이 더 커졌다. 매년 11월이 되면 서울, 일산, 안성 등 전국각지에서 노련미 넘치는 그녀들이 저마다의 김치통을 들고 소백산맥 아래로 모인다. 자식 수만큼 김치통을 챙겨 오는 것은 국룰. 사돈집 김장까지 챙기는 굽은 허리의 그녀들을 보면 존경심이 든다.


김장행사의 피날레. 굴보쌈 아니겠는가? 굴보쌈에 막걸리, 소주, 양주까지 나오면 드디어 등장하는 노래방기계. 결혼 10년 차에 아직도 막내며느리인 내가 나 설차례가 왔다. 김장김치 값을 해야지.

두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순대씨가 거들어주어 장윤정의 꽃을 무사히 마쳤다. 회식도 싫고 노래방 회식은 혐오하는 내가 노래를 부르는 가장 유일한 시공간, 바로 여기 김장철 문수산 아래다.


맙소사! 100점! 경사 났네! 노래방 점수 100점이면 5만 원을 내야 하는 게임에서 100점을 받았다. 다행이다. 올해는 김장비용 5만 원을 낼 수 있다. 매번 김장비용을 드리면 차 트렁크, 아이가방에 몰래 숨겨 김장비용 봉투가 그대로 돌아온다. 염치없이 받는 김장김치가 매번 부담이었는데 5만 원으로 김장김치 값을 보탤 수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들의 스테이지

대동단결하여 여자의 일생을 부르는 그녀들.


여자의 일생 - 이미자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항암배추 키우고, 고추 심고, 고추 따서 깨끗이 씻어 앞마당에서 말린 고추를 방앗간에 가서 빻고 일 년 내내의 수고를 11월 18일 하루 동안 모두 내어주신 김영남 여사님을 필두로 한 그녀들. 그녀들은 여자의 일생을 부르며 울고 웃는다.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참아내고 눈물을 흘린단다. 도대체 그녀들의 결혼 40년, 50년의 역사엔 무엇이 있었을까? 나의 삶의 깊이로는 알 수 없지만 그녀들의 고달픈 인생뒤에 숨겨진 배려, 나눔, 쓸모, 연대, 건강, 가족애, 성실의 삶의 가치를 배운다. 그 어떤 책에서 이 소중한 가치들을 한꺼번에 알려줄 수가 있을까? 그녀들의 삶 속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리라. 모든 것을 내어주는 그녀들이 그만 눈물을 멈추고 웃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 곡조 더 뽑아본다. 장윤정의 초혼.


(결혼생활의 기간만큼이나 달라지는 선곡이다.

결혼 10년 차 초혼 vs 결혼 45년 차 여자의 일생)



보편적 가치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이은경 선생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선생님의 진심에 감동하는 오늘이었습니다.

글쓰기모임에 함께 하고 있는 작가님들 모두 보편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애쓰며 살고 계시다는 것을 작가님들의 글을 통해 느끼고 배웁니다. 멋진분들과 함께하고 있어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모두 행복하세요♡

수상소감인가요 ㅎㅎㅎ 낮에 굴보쌈에 소주를 너무 많이 먹었나봐요 ㅎㅎ 취중글쓰기와 진담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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