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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Feb 07. 2024

사장일기 _ 1년에 한 달 쉬어가는 가게

2024년 2월 한 달간 쉬어갑니다.
아이들 방학이라 부모님들께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쉬어가지 말아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지만, 지난 일 년 간 쉼 없이 달려오니, 힘이 부치기도 하고, 쉼이 필요하여 큰 결심으로 한 달간 쉬어가오니, 죄송하지만,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오랜 고민 끝에 손님들께 2월 휴업안내를 하고, 손님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두근두근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손님들의 메시지를 놓칠까 봐 핸드폰은 항상 소리모드이다.

카카오톡 채널 1,078명의 손님들에게 보낸 휴업안내 메시지에 손님들의 답장이 도착한다.

광고메시지에 답장을 하는 손님들이라니, 

역시 우리 가게 손님들답다.


광고 메시지는 삭제하고, 동의 없이 보낸 광고메시지에는 화가 나던 나였다. 아이를 키우고, 일하고, 살림하며 사는 바쁜 일상에 광고메시지까지 들여놓을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 카톡메시지의 숫자가 항상 신경 쓰였지만, 확인하지 않고 그 숫자를 그대로 남겨두는 내 성격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 가게 광고메시지는 최소한으로 발송하려고 애를 쓴다. 한 달에 1번 이상 보내지 않기, 만약 광고메시지를 보내려거든 여러 내용을 한 번에 안내하기 등 엄마 사장님의 나름의 원칙을 지녔다. 자기 경험에서 묻어 나온 거창히 말하자면 경영철학이다.

‘손님 귀찮게 하지 않기’

 

손님들을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항상 광고메시지를 보낼 때는 혹시 손님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내 마음을 위로라도 하듯이 우리 가게 손님들은 답장을 보내준다. 상투적인 표현을 피하고, 손님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답장.

 

귀엽고

다정하고

예의 있는

 

손님들의 답장을 하나하나 읽고 답하고, 읽고 답하다 보니 눈물이 그렁그렁이다.

이렇게도 다정한 손님들이라니,

 

손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아이들의 삼시 세 끼를 챙겨야 하는 겨울방학인데,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겪는 불편으로 불만을 지니지 않을까.

함께 일하는 이모님들과 배달선생님들의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그래서 그만둔다고 하시지 않을까.

휴업으로 인해 한 달간 수입이 없지만, 가게 월세와 공과금, 직원들의 사대보험은 그대로 나가니 그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까.

 

여러 고민들을 뒤로하고, 2월 한 달간 휴업을 결정했다.

주방팀을 책임지는 어머님께 쉼의 시간을 드리고 싶었고,

손님들의 아이들도 겨울방학이지만 내 딸아이도 겨울방학이기에 방학특강이 없는 2월에 내 딸아이의 돌봄이 필요했다.

바쁘다며 미뤄온 글쓰기도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작년에 한 달 살기 하며 계획한 2023년 1년의 삶이 그대로 실현되는 기적을 경험했기에,

한 달간 쉬어가며, 2024년을 계획해보고자 한다.


다행히 손님들은 우리 가게의 쉼에 응원을 보내주었고, 1월에 미리 3월 사전 주문을 받았는데 여전히 5분 만에 완판이다.

가게 이모님들과 배달선생님들께도 2달 전부터 사정을 말씀드리고, 이해를 구해서 그런지 모두 동의해 주시고 잘 쉬고 3월에 만나자며 웃으며 인사했다.

2월에 지출될 월세와 공과금 등에 대한 부담은 휴업 전 기획해서 판매한 ‘겨울방학 집밥세트’ 판매수익으로 조달가능하다.


손님들께 마지막 인사를 하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로 겨울이 절정임을 실감합니다.
모쪼록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셔서 추운 겨울 무사히 지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죄송한 마음으로 2024년 2월 휴업 안내를 드렸는데, 따뜻한 응원과 위로를 보내주시는 손님들로부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언제나 손님들의 인품은 저희를 되돌아보게 하고 더욱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가게를 만들어 가고 싶은 소망을 품게 합니다.
잘 쉬고 돌아와 더욱 정성껏 음식 만들겠습니다. 늘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2월 한 달간

감사한 마음으로

잘 쉬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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