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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는 사장님 Dec 17. 2023

오늘도 아이에게 화를 냈지만, 좋은 엄마는 되고 싶어.

프롤로그

아동학대 현장에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이를 학대하는 수많은 엄마들을 만났다.

아이를 때리고 욕하고, 내쫓는 엄마들을 보면서, 언제나 '저렇게 키우려면 왜 낳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3살 아이가 늦게 잔다고 소리를 지르며 때린 엄마

5살 아이가 3살 동생을 때린다며 너도 똑같이 맞아보라고 5살 큰아이를 때린 엄마

7살 아이가 맞춤법이 틀렸다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 엄마

나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엄마가 되었다.

아이가 늦게 자는 날이면 안 그래도 피곤한 엄마생활에 야근을 더 하는 것만 같았다. 회사원은 퇴근을 하지만 엄마는 퇴근이 없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를 때리고 온 날에는 아이를 때리며 키우지 않았는데, 이 아이는 왜 이런 것이냐며 화가 났다.

아이가 학교 가기 전 한글을 떼어야 하는데,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면 불안이 올라왔다.


사실은 아이가 자지 않고 자지러지게 울 때면 나는 내가 뭔가를 잘못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수면교육을 잘못시켜서 그런 걸까?

내가 아이와 상호작용을 잘 못해주었나? 왜 아이가 폭력적인 걸까?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한다는데, 내가 책을 읽어주지 못해서 아이가 한글을 못 뗀 것일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엄마 노릇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아이가 잘 때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아이 이유식을 만들었고, 아이 전집은 무엇이 좋은지 아이를 잘 키운다는 엄마들의 SNS를 기웃거렸다. 내가 먹지는 못해도 아이 소고기는 한우로 먹였고, 귀한 딸기도 아이 입에만 넣어 주었다.


아이를 잘 키워내고 싶어, 육아서도 읽어보고, 금쪽이도 놓치지 않고 시청하고, 맘카페에 정보도 찾아보았지만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육아현실


아이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기만 하면 되는데,

왜 내 아이는 잘자지 않고, 잘 먹지 않고, 잘 싸지도 않는 것인가?

모유 떼는 시기, 분유 떼는 시기, 젖꼭지 떼는 시기, 기저귀 떼는 시기, 아이들은 왜 또 떼야하는 것이 이리도 많은 것인가?

이렇게 아이의 적정시기에 과업수행이 되지 않으면 밀려드는 죄책감

또 아이가 아프면 어떤가? 내가 밤에 온도를 너무 낮추었나? 추운데 너무 껴입혀서 땀 때문에 감기가 걸렸나? 우리 집이 너무 건조한가? 아이가 감기에 걸릴 때면 그 죄책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럴 때면 나 자신에게 짜증이 났고, 그걸 아이에게 감추지 못하고, 표현하고 있었다.


물론, 엄마가 화가 난다고 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는 것은 명백히 이동학대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때리기 이전에 엄마들이 화가 나는 마음을 내가 엄마가 된 이후에야 비로소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아이는 도대체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도 부족한 엄마일까?

이렇게 조그마한 아이에게 나는 왜 이렇게 화를 내고 있을까?

많은 괴로움과 아이에 대한 미안함 속에서 내린 결론은

오늘도 아이에게 화를 냈지만, 좋은 엄마는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요즘남편 없던 아빠(트렌드 2024 10대 용어)라지만

아이를 키워냄에 대해 엄마만큼의 마음씀과 수고가 있을 수 있을까?


오늘도 아이에게 화를 냈지만, 좋은 엄마는 되고 싶은 엄마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세상에서 아이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요?

어쩌면 나 자신보다 아이를 더 사랑하는 순간이 있지 않나요?

나를 비롯해서 엄마들이 죄책감을 덜어 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이 글을 쓴다.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어요.

아니, 우리는 이미 좋은 엄마입니다.  

아이를 사랑하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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