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육아 Feb 12. 2024

사장일기 _ 작은 반찬가게 사장이 글쓰기를 하는 이유

음식이 배송되는 날엔 음식이 담긴 에코보냉백을 놓은 현관 사진과 함께 그날 음식 사진을 전송한다. 되도록 예쁜 담음새로 사진을 찍어 보내며 음식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어떻게 드시면 맛있는지에 대해 전해드린다.      


처음에는 원산지 안내 차원에서 시작했던 배송메시지는 답장을 해주시고, 메시지를 기다려주시는 손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음식을 만드는 우리 가게의 정성된 마음을 담기 위해 한 줄 한 줄 늘더니 글쓰기 수준이 되었다.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고, 일하며 고되고 지친 하루를 살아가는 손님들이 가족들과 여유롭게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을 기다리며 조금이라도 힘을 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어떻게 짧은 메시지로 담아낼까 고민을 하다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글쓰기 수업을 듣고, 글쓰기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따뜻한 답장을 보내주는 손님들과의 소통이 즐거워 글쓰기에 더욱 마음을 담았다.      

 어느 날은 우리 가게 식구들을 먹고살게 해 주시는 손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감사하다는 글을 써서 보냈다.

 또 어느 날에는 음식을 만드는 애씀이 유독 커서 그 애씀도 함께 알려드렸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힘든 하루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 봐서 말이다.


 어느날은 계절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또 어느날은 손님들의 삶의 태도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썼다.


 삶의 힘겨움으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의 뉴스가 유난히 많이 나오던 날에는 평소 읽던 책에서 좋은 문구를 보내드리기도 했다.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주제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손님들의 하루를 응원하고 싶어 좋은 글귀를 함께 나누었다. 그러자, 따뜻한 응원 고맙다는 답장을 보내준 손님들과 또 그 문구를 카카오톡 메인 사진으로 변경해 놓은 손님도 계셨다.      


 가게를 시작하고 배송 손님이 20명 내외정도 되었을 때는 배송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점점 손님이 많아지자 배달 선생님들께 사진 받아서, 손님별로 연락처 찾아 배송메시지를 보내려면 3~4시간이 꼬박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음식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된 세상살이 가운데 손님들이 조금이라도 힘내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아이들 키우느라

집안일에, 직장일에

고되고 지친 하루를 살아내는 손님들을 응원하고 싶다.  

   

음식준비하는 시간 줄여

아이들 얼굴 한번 더 보고,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웃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맛있고 건강한 음식 먹으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시간,

매일 저녁이 기다려지는 하루를 선물하고 싶다.          


사장님 국내산,

종업원 중국산 X 국내산


너무 진지하기만 한 우리 가게 글에 위트도 한 스푼 더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초등 겨울방학 한 달 살기 경비 마련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