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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육아 Apr 10. 2024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법원에서 미성년 전문가 후견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특히 아이들의 재산권을 결정하는 후견인들이 잘하고 계신지, 아이들 재산을 유용하는 것은 아닌지 정기적으로 감독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피후견인인 아이들을 만나 상담하고 후견인(보통은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고모 등 친인척 또는 목사님, 교수님 등 봉사하시는 분들)들을 만나 상담, 아이들 재산 관련 서류 확인(통장 내역 등)을 합니다.


자기 자식 키우기도 힘든 세상인데 생물학적 자식이 아닌 아이를 키워낸다는 게 정말 좋은 마음 없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죠. 정말 존경합니다.


아주 예전에 그러니까 아이 낳기 전에 나중에 40대쯤이 되면 내 자식도 좀 컸을 테니 어린아이 입양해서 사랑으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제 자식 낳고 깨닫게 되었죠. 나는 그런 큰 그릇이 못 되는구나. 다자녀 특히 입양해서 아이들 키우는 분들은 정말 나라에서 상 줘야 된다. 그분들이 이 시대의 예수님이고 부처님이고 성녀님이시다.라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그리하여 보호자 없는 그러니까 엄마 아빠 없는 아이들을 만나 상담을 하게 되는데 아이들은 대체로 현재 후견인에 대해 좋은 말만 해줍니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요. 정말 좋을 수도 있고 처음 만나는 후견 감독인한테 자기 마음을 다 보이기 어려울 수도 있겠죠.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게 될까 봐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후견인을 만나면 갸우뚱할 때가 종종 있어요. 대게는 좋은 분들이시고, 사랑으로 키우시는 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아이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갑자기, 어쩔 수 없이 데려오게 되는 분들이 계세요.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어 아이들을 양육시설(일명 고아원)에 보낼 수 없으니 할머니 또는 이모, 고모가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살게 된 경우인데 이런 분들이 마음의 준비 없이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시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혀 다른 생활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이 함께 사는 일이 어디 쉽나요? 너무 사랑해서 결혼한 남편이랑도 살기 힘들잖아요? 남편은 성인이라 네 몸 네가 알아서 해라 하거나 아님 돈이라도 벌어오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과 함께 살게 되면 후견인 할 일이 많아지죠. 아이들을 돌보고 키우는 일, 거기에 새로운 환경에 아이들의 적응도 도와야 하고, 아이들이 잘 따라와 주면 좋은데 안 그런 아이들도 있잖아요. 힘들죠. 많이 힘듭니다. 알죠. 그런데 그렇게 힘든 게 너무 티가 나는 후견인 분들이 계세요.

자꾸 이렇게 감시하려면 아이들 데려가서 나라에서 키워라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나라에서 주는 돈 몇 푼이나 되냐 내 돈이 더 많이 들어간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다른 방에 있는 아이가 듣지는 않을지 조마조마합니다.


여하튼, 그래서요.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부모라는 존재 그 자체인 것 같아요. 내가 세상에 없으면 우리 아이가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잖아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이모 다른 좋은 분들 사랑받으며 클 수도 있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고요. 내가 줄 수 있는 사랑 가득 주며 키우고 싶어요. 특히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건강 잘 지키고 살아야겠어요.

그래서 오늘도 영양제 가득 먹어가며 살아내 봅니다.
내 새끼 내 손으로 키우고 싶으니까요.

내 존재만으로도 큰 선물이 될 수 있는 아이에게 감사해요. 내 존재만으로 행복한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겠어요?

이럴 때 할 수 있는 말이 내. 존. 선(내 존재만으로 선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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